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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아버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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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아주 시골이라 중학교만 졸업하면 도시로 유학이란 것을 떠나야 했다. 부모님 그리고 중학교 2학년인 동생과 초등학교 5학년인 막내를 고향에 두고
낯선 서울이란 곳으로 와 네 남매가 전셋집을 얻어 생활하고 있었다. 서울에
한번도 못 와봤던 동생들은 방학이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막내 동생에게서 편지가 왔다. 무심코 열어보니 말문이 막히고 눈앞이 캄캄했다.
“언니, 이 편지는 아버지 몰래 쓰는 거예요. 아버지께서 서울에 가셔서 자세히
말한다고 하셨는데 그러기엔 너무 마음이 아파 참을 수가 없어….” 이렇게 시작된
편지에는 갑작스런 동생의 죽음과 장례식을 마치기까지의 내용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편지를 다 읽고 났을 때는 걷잡을 수 없는 아픔과 그리움,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때 이 소식을 우리들에게 직접 알려주시려고 서둘러 대문을 열고 막 들어서시던 아버님은 “벌써 알고 있었구나” 하시며 움직이지 못하시고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계셨다. 평소에 건강이 좋지 않았던 동생은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았는지 보고 싶었던 친구들을 다 만나고 “서울에 오빠, 언니를
만나야 할 텐데 어떻게 하지…”라는 말을 남기고 어머니 품안에서 하느님께로
떠났다고 한다. 부모님께서 마지막 가실 때 입으려고 준비해두신 삼베로 직접
딸의 수의를 만들어 입히고 예쁜 꽃상여에 뉘어 대문을 나서는 동생을 마지막으로 떠나보내며 한없이 눈물을 닦으시던 어머니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고…. 가족
그 누구에게도 동생의 무덤을 알려주지 않으시고 당신 마음에 간직한 채 동생의 기일이 되면 잊지 않고 찾아가시는 아버님의 마음을 생각해본다.
- 송경옥, 이후, <나무가 나무에게> 책 중 ‘헤어짐이 없는 이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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