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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박사가 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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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5학년 때였습니다. 그 무렵 우리 집은 금호동 언덕배기에 있었는데
많이 가난했지요. 도시락을 쌀 수가 없었어요. 날마다 점심시간만 되면
도시락 없는 아이들 몇은 슬그머니 교실을 빠져나가 괜히 철봉에나 매달려보고 이러저리 어슬렁거리면서 배고픈 점심을 때웠지요. 툭하면 월사금 가져오라고
쫓겨나오고 집에 가봤자 별수없으니 여기저기 배회하다가 다시 돌아가서 집에 아무도 없다고 거짓말하고, 그러자니 공부가 되겠습니까? 성적표는 늘
미미양양으로 가득 찼지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담임 선생님이 점심시간에 뒷문으로 빠져나가는 나를 부르시더군요. 그때 우리 반 선생님은 교무실이
아니라 교실에서 아이들과 점심을 함께 잡수셨지요. 선생님은 나를 당신 책상
앞으로 데려가 의자에 앉히고 당신 도시락을 열어 숟갈로 절반을 나누더니
뚜껑으로 옮겨담고 반찬도 그렇게 반으로 나눈 다음, 당신은 젓가락을 나에게는
숟가락을 주시면서 ‘먹어라’… 나는 그 밥을 끝내 먹지 못했습니다. 우느라고요.
… 그런 일이 있은 다음날부텁니다. 선생님이 교실에서 말씀하시는 것이
제 머리에 들어와 박히는데요. 한마디 한마디가 그대로 선명하게 들어와
박히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어요. 저 선생님 말씀은 반마디도 놓칠 순 없다는
그런 생각이었지요. 저절로 머릿속에 들어와 그냥 새겨지는 겁니다. 학기 끝에 성적표를 내주시던 선생님이 그러시더군요. ‘한인철이는 낙엽이 우수수구나?’
무슨 말씀인지 몰랐어요. 그런데 받아보니 정말 우수수더군요.”
- 이현주, 신앙과 지성사, <우리가 건너면 세계가 건넌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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