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예화 시골길에서

첨부 1


며칠 동안 차량 통행이 금지되고 공사차량들이 소란스럽게 분주하더니 마을로
올라오는 아래쪽 길 2킬로미터 정도가 아스팔트로 포장되었다. 새로운 교육을
시도하는 대안학교와 1.2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기숙사가 있는 길이다. 고약한
냄새가 가시지 않은 포장된 길을 걸어보니 녹진녹진한 느낌이 푹 패이고
울퉁불퉁했던 지난 번 시멘트 도로와는 다르다. 주말이면 고사리를 꺾고
산나물을 뜯으러 오는 외지인들의 차량 통행이 잦은 곳인데 길까지 좋아졌으니,
학생들이 기숙사를 오르내리며 음악을 듣고 얘기를 나누며 한가롭게 걷기에는
위험한 길이 되어버렸다. 정부는 길을 닦고 기업은 쉴 새 없이 차를 만들어내고
있는데도 고된 일로 몸이 아픈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는 차가 없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는 산길을 5킬로미터 정도 걸어 내려가 큰길로 나가야 산청과
원지 읍을 오가는 군내 버스를 탈 수가 있다. 한 시간에 한 대 꼴로 다니는
이 버스를 이용하시는 분들은 대개가 번화한 곳에 있는 병원에 가시거나 장날
사고팔 물건들을 가지고 다니시는 연로하신 분들이다. 서로 안부를 묻고 병
자랑도 서슴없이 하시는 것을 보면 다들 익숙한 얼굴에 잘 아시는 사이인
듯하고, 먼 조카 같은 운전기사님은 버스를 기다리시는 할머니들을 조금이라도 지나치게 되면 후진을 해서 쉽게 차에 오를 수 있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시골길이기에 가능한 일이듯이,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곳이기에
아름답고 정겨운 일들이 더욱 많은 듯하다.
- 이영순, 경남 산청군 신안면 안봉리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