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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바로 이 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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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노인이 산길을 가고 있었다. 한여름 뙤약볕이 노인의 하얀 머리카락 위로
타듯이 미끄러져 내렸다. 그때마다 노인은 이마에 송송 맺힌 땀방울을 하얀
모시 소매로 쓱 훔치고는 계속 길을 가고 있었다. 노인은 구수한 노랫가락을
읊조릴 때마다 참나무로 만든 반들반들한 지팡이를 박자삼아 두들겼다. 목을
쭉 뺀 나리꽃들이 노인을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참 이상하다. 저 노인은
이제 인생 다 살았는데, 뭐가 저렇게 즐거운 것일까?" 노인의 노랫소리는
이 산에서 저 산으로 메아리를 타고 옮겨다니며 지루한 여름 한나절을 식혀주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할아버지!" 노인이 놀라 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살폈다.
그러나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노인은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길을 재촉하려던
차였다. “할아버지, 여기예요…." “으응, 예쁜 나리꽃이로구나. 그래 왜 날
불렀니?" 나리꽃은 자신의 솔직한 고민을 노인에게 털어놓았다. 자신은 이제
얼마 있지 않아 시들어버려야 한다는 슬픔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어째서 할아버지는 마냥 행복해보이냐는 것이었다. 노인은 지팡이로 쿡 찌르며
금방 바닷물이 쏟아져내릴 것 같은 하늘을 잠시 올려보더니 말했다.
“그래, 아마 나도 얼마 있지 않아 이 세상을 떠나겠지. 하지만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이야.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나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 때문에 나의 현재를 망칠 순 없지 않겠니?" 말을 마친 노인은 조금 전처럼
다시 지팡이로 박자를 맞추면서 노랫가락을 흥얼거리며 유유히 모퉁이를 돌고 있었다.
- 군산대 가톨릭학생회 홈페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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