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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사랑밭 새벽편지] 꼭 닮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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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하세요.
저는 뇌성마비 1급 장애를 가진 주부입니다.
솔직히 말이 주부이지 살림은 우리 신랑이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신랑도 소아마비 1급 장애자이지만 일반인 못지않게
1인 3역(전업주부, 간병인, 신문기자)을 하는 사람입니다.

저는 2003년 10월 첫 만남에서부터 무엇에 이끌렸는지
만난지 한 달 만에 지금의 신랑에게 시집을 와서
장애인 시설 17년 생활을 마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그리워하던 자유와 사랑을 한 번에 얻으니
정말 제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신랑을 따라온 후 1,2주 동안은 고민이 많았습니다.
시집 식구들은 다 어려운 분들인데, 과연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며칠 후 어머님이 집에 오셨습니다.
아무 말씀 안하셨지만 얼마나 마음 아프셨을까요.
내 아들 몸이 불편한 것도 속상한 일인데
아들 몸보다 더 장애가 심한 며느리가 들어 왔으니...

그리고 한달 반 후 어머니 생신 날!
모든 가족이 외식을 하기로 했습니다.
저도 떨리는 마음으로 참석하니 어머님, 시누이, 아주버님까지도
저에게 모두 따뜻하게 대해 주셔서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다른 분들은 술자리를 하실 때,
어머니와 단 둘이 가까운 할인매장에 가서 생신 선물을 사 드렸습니다.
처음엔 마다하시던 어머니도 매장을 함께 구경하며
선물을 사 드리니 너무 좋아하셨습니다.
전 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했습니다.

그 뒤부터 전 뭐든지 생기면 어머니께 먼저 드리고 싶었고
어머니도 먹을 것이 생기시면 관절염으로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서라도
저희 집을 찾아 항상 챙겨 주십니다.

우리 어머니는 아들이 셋이 있으시지만 손수 진지를 해 드십니다.
윗동서는 없고 아랫동서는 멀리 인천에 살기에 중간인 저는
가까이 살고 있어도 제 자신이 무용지물처럼 느껴지기만 합니다.

명절 때는 마음이 더 그렇습니다.
종교가 기독교라서 다행히 큰 제사는 없어
간소하게 음식은 차리지만 그것마저도 어머님이 손수
만드시고 차리셔야 하시고 또 치우셔야 합니다.

작년 추석 저와 신랑은 계량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인사를 갔었지만 어머니 집에 들어가려면 계단을 올라가야 해서
전동 휠체어에 앉아 마당에서 인사만 드리고 왔습니다.

며칠 후 가슴 뭉클한 소리를 들었습니다.
"명절이라고 왔는데 밥 한 끼 못 차려 먹인 것이 가슴 아프단다.
내가 힘만 있어도 너를 업고 들어 갔을 텐데..." 라고 하신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제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금년 설 명절에는 집 뒤편을 돌아 아주버님 방을
전동 휠체어로 지나쳐 어머니 집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흙 묻은 바퀴 때문에 방에 들어가기가 죄송했지만
오히려 어머니는 이 못난 며느리를 반기셨습니다.

꾸부정한 허리로 주방에서 일하시는 어머니를 보고 있자니
염치없는 마음과 감사함이 엇갈렸습니다.

자식들이 많아 속 썩으셔도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시는
가슴이 넓으신 우리 어머니,
저는 이런 어머니를 꼭 닮고 싶습니다.

- 정 지 숙 -

2005년 4월 9일(토요일)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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