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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디지로그 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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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

이어령 교수는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결합된 디지로그(Digilog) 시대를 간파했다. 사람들은 환상과 꿈의 사이버 세계를 창조하면서 디지털 유토피아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문명이 인간의 시각과 청각은 만족시켜줄 수 있을지 모르나 인간 영혼의 교감과 존재의 향수는 어루만져 줄 수 없다. 즉 시뮬레이션의 공간 안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나 그것은 가상의 공간일 뿐 살아 있는 실제가 아닌 것처럼 말이다.

과거 아날로그 시대를 살 때는 서로 손을 잡고 체온을 느끼며 숨결을 교환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랐다. 이제 디지털 문명의 숲을 거닐게 되자 아날로그 시대에 진한 향수를 느끼고 그리워한다. 그래서 진정한 디지털 문명의 발전은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결합한 디지로그의 새로운 형태를 지향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교회와 신앙도 마찬가지다. 현대 사회의 급속한 변화는 우리를 혼미하게 한다. 그래서 우왕좌왕하고 뒤쫓아 가며 흉내내기에 바쁘다. 한편에서는 디지털 문명의 급속한 발전 때문에 교회의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왜냐하면 성도들이 주말에 야외에 나가 인터넷이나 모바일 서비스로 설교를 듣고 헌금은 온라인으로 보내면서 교회는 오지 않는, 소위 사이버 신앙생활의 유혹에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규모 연합집회나 주일 저녁 예배 등은 갈수록 모이기 힘든 상황이다. 그것은 개인의 자율성과 익명성이 급속하게 확장된 디지털 시대의 속성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무리 디지털 문화에 의한 새로운 신앙의 형태가 창출된다 해도 인간의 영감, 서로 손을 마주 잡는 인격적인 만남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늘 공허하고 허무하다. 비록 더디게 보이고 시대에 뒤떨어진 듯 보여도 교회에서 함께 모여 기도하고 예배 드리는 아날로그적 신앙의 전통을 잃어서는 안 된다. 철야예배, 밤 예배 등 교회에 더 열심히 모여서 영혼의 교감을 나누어야 한다. 우리에겐 하이퍼텍스트의 신속성도 중요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연필심으로 꼭꼭 눌러 쓴 단 한 줄의 진실한 고백이 사람을 울리고 변화시킨다.

그렇다. 우리에겐 디지로그 영성이 필요하다. 길 잃은 디지털 스키조 키즈 같은 유목민들을 다시 교회로, 아날로그 신앙의 초원으로 인도해야 한다. 사회 어느 기관보다도 신속하게 현대문화를 창출하면서도 영성의 본질을 잃지 않는 디지로그 영성이 풍성해야 한다. 시대와 문화는 디지털 속도로 변한다. 그러나 교회와 성숙한 신앙인은 디지로그 영성으로 속도를 주도해야 한다. 그럴 때 한국교회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목마른 영혼과 실존적 향수를 터치하며 새로운 부흥의 파도를 일으킬 것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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