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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고향·종교 보고 투표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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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형 교수(한동대)

온 나라가 대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시끄럽다. 언론들도 연일 대선 후보 간의 경쟁과 여론조사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선거일은 12월19일이지만 레이스는 이미 시작됐다. 현 정권에 대한 실망이 열기를 부추긴 측면도 없지 않지만 한국정치의 폐단인 최고권력자를 향한 올인 현상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권력분립과 총체적 개혁만이 문제 해결책이지만 대통령 선거에만 모든 것을 거는 듯한 구태를 벗지 못한 모습이다. 5년 전에도, 아니 그 전에도 우리는 대통령만 잘 뽑으면 살 길이 열린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그 책임을 모두 대통령에게 지우고 비난을 퍼부어댄다. 리더의 중요성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유권자도 세 가지 점에서 결코 무죄라고 할 수 없다. 과도한 기대, 잘못된 선택, 그리고 선택 후 참여와 감시자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을 져야 한다.

크리스천들은 더 큰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역사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로서 몰역사적이고 몰사회적이었으며 당파성에 빠지고 시류에 부화뇌동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 교회는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기보다는 보수권력의 비호 아래 단물 빨아먹기에 치중했다는 비난에 자유로울 수 없다. 크리스천 대통령을 뽑기만 하면 된다는 이원론적 해결책이 아직도 통용되는 듯하다.

정말 그런가? 이승만은 크리스천 대통령으로서 기도로 취임식을 한 사람이었지만 반민족적이었으며 독재로 점철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장로였지만 남북문제 실패와 천민자본주의를 남겼으며 결국에는 외환위기로 막을 내렸다. 그들이 크리스천이었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비난도 부당하지만 크리스천이므로 뽑아야 한다는 논리 역시 부당하다. 아직도 자신이 크리스천이라는 고백에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 후보들이 끊임없이 이를 재생산해내고 있으며 실제로 먹히고 있다. 기독교도 우리 사회에 팽배한 편가르기 문화의 하나로서 혈연이나 지연처럼 연대의식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학연과 지연, 혈연은 물론이고 종교와 이념 때문에 표를 던져서는 안될 것이다. 도덕적 기준만으로도 부족하다. 정치는 선악 구분으로만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정치사의 어두웠던 과거로 인한 반작용 때문에 도덕적 정당성만 있으면 모든 것을 갖춘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도덕적으로 결격사유가 있다면 물론 대통령 자격이 없다. 그러나 그것은 최소한의 조건일 뿐 정치는 그 이상의 능력을 필요로 한다. 사회 모든 세력간에 수없이 일어나는 이익의 충돌을 조정하고 해결하는 권력적이고 기능적인 역량이 필수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구체적인 정치 이슈에 과도하게 반응하는 사람 역시 바람직하지 못하다. 물론 정치는 생활이며 실용적이어야 하지만 특정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치인은 큰 비전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또 이런 정치인은 의제를 만들고 주도하기보다는 기회만 엿보고 수동적으로 반응하기 쉬운 사람이다. 몇 가지 이슈에서 기독교계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해서 무조건 추종하는 잘못을 범해서는 더욱 안된다. 그것은 결국 또 다른 집단 이기주의일 뿐이다.

우리 정치는 전체적인 시야와 비전을 가진 사람을 필요로 한다. 그저 당장의 큰 파도만 피하려는 항해사가 아니라 목적지로 이끌어가는 선장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말보다 중심을 보시는 하나님의 방법을 따라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 물론 그런 판단을 할 수 있으려면 하나님께서 역사를 어떻게 운행하시는가에 대한 바른 감각을 갖춰야 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원칙은 최고권력자에 대한 올인을 자제하고 균형잡힌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선 이후에도 역사와 사회에 대해 함께 책임져야함을 자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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