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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서 있는 사람들

  • 김부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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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10일 주일설교

성경말씀 : 출애굽기 17장 8절~16절

설교제목 : 서 있는 사람들

 

  <책 이야기>

  최근 카프카의 책, 『광대야 왜 오늘도 밥을 굶느냐』(이주동 번역, 서울문화사) 읽었습니다. 워낙 난해한 작품이라 제대로 읽지는 못하고, 뜨문뜨문 읽었는데 그래도 아주 귀한 메시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카프카의 우화 중에 ‘밤’이라는 짧은 글이 있습니다.


【밤 속으로 가라앉는다. 사람들이 가끔 생각하기 위해서 머리를 떨구는 것처럼, 그렇게 완전히 밤 속으로 가라 앉는다. 온 주위에서는 사람들이 잠들어 있다. 그들이 집에서 잠자고 있다는 것, 안전한 침대 속에서, 안전한 지붕 밑에서, 매트리스 위에 몸을 쭉 편 채 또는 구부린 채, 이불을 덮고 시트 속에서 잠자고 있다는 것은, 하나의 보잘 것 없는 위선, 하나의 순진한 자기 기만이다.


  사실 그들은 과거의 언젠가처럼 그리고 나중처럼 황량한 곳에서 서로 만났던 것이다. 노지의 야영지였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 한 집단, 한 종족, 차가운 대지 위, 차가운 하늘 아래서 그들은 예전에 서 있었던 곳으로 내던져졌다. 이마로 팔을 누르고, 얼굴은 땅 바닥을 향한 채, 조용히 숨 쉬면서.


  그리고 너는 깨어 있다. 너는 파수꾼의 한 사람이다. 너는 불타고 있는 나무가 흔들리는 바람에 네 곁에 있는 기병의 무리들 속에서 네 옆 사람을 발견한다. 너는 왜 깨어있는가? 그것은, 한 사람은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사람은 거기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짧은 우화에 대해서 번역자 이주동 교수는 이렇게 설명을 달아 주었습니다. 【이 작품은 인류에 대한 작가의 사명이 무엇인가를 그린 작품이다. 카프카는 작가의 사명을 인류가 자신의 죄를 죄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하며, 그들의 모든 순수한 죄의식을 떠맡는 인류의 속죄양이어야 하고, 인류가 황야 속에서라도 평화롭게 잠잘 수 있도록 자기를 희생하는 깨어 있는 자여야 하고, 깊은 성찰을 가지고 그들을 지켜주어야 하는 파수꾼이어야 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카프카의 우화도 그렇고, 이주동 교수의 해설도 그렇고 … 참 훌륭한 메시지입니다.

 

  <성경 이야기>

  이제 성경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때에 아말렉 사람들이 몰려와서, 르비딤에 있는 이스라엘 사람을 공격하였다. 모세가 여호수아에게 말하였다. "장정들을 뽑아서 아말렉과 싸우러 나가거라. 내일 내가 하나님의 지팡이를 손에 들고, 산꼭대기에 서 있겠다." 여호수아는, 모세가 그에게 말한 대로 아말렉과 싸우러 나가고, 모세와 아론과 훌은 언덕 위로 올라갔다. 모세가 그의 팔을 들면, 이스라엘이 더욱 우세하고, 그가 팔을 내리면, 아말렉이 더욱 우세하였다. 모세가 피곤하여 팔을 들고 있을 수 없게 되니, 아론과 훌이 돌을 가져 와서 모세를 앉게 하고, 그들이 각각 그 양쪽에 서서 그의 팔을 붙들어 올렸다. 해가 질 때까지 그가 팔을 내리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여호수아는 아말렉과 그 백성을 칼로 무찔렀다.

 

그 때에 주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오늘의 승리를 책에 기록하여서, 사람들이 잊지 않도록 하고, 여호수아에게는, 내가 아말렉을 이 세상에서 완전히 없애서, 아무도 아말렉을 기억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한 나의 결심을 일러주어라." 모세는 거기에 제단을 쌓고 그 곳 이름을 '여호와닛시'라 하고, "주의 깃발을 높이 들어라. 주께서 대대로 아말렉과 싸우실 것이다" 하고 외쳤다. (출애 17:8~16).】


이스라엘이 가나안 땅에 정착할 무렵, 아말렉족과 전쟁상황이었을 때 이야기입니다. 모세가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두 팔을 들면 이스라엘이 이기고, 그 팔을 내리면 이스라엘군이 패배했던 사건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해설>

  그렇습니다. 카프카 식으로 말하자면, 누군가는 깨어서 서 있어야 하고, 모세 식으로 말하자면 누군가를 그 팔을 들고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집에서 편안하게 잠들어 있는 가족들을 위해서 누군가는 ‘일어나서 손을 들고’ 있어야 하는 것이며, 학교에서 학생들이 제대로 공부를 잘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일어나서 손을 들고’ 있어야 하는 것이며, 직장에서 직원들이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누군가는 ‘일어나서 손을 들고’ 있어야 하는 것이며, 교회에서 교인들이 행복한 인생으로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누군가는 ‘일어나서 손을 들고’ 있어야 하는 것이며 … 저 험난하고 강팍한 세상이 온전히 보전될 수 있도록 누군가는 ‘일어나서 손을 들고’ 서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아무도 ‘일어나서 손을 들고 있는 자’가 없다면, 가정도 학교도 직장도 교회도 세상도 다 망하는 것입니다.

 

  <우리 시대의 삶이란>

  오래전에 경향신문 지면에서 아주 좋은 칼럼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정도언 교수(서울대 정신분석)가 쓰신 “한국사회 ‘어른 되기’에 대한 제언”이었는데, 그 글에는 우리 사회의 어른들이 얼마나 형편없이 살아가는가에 대한 뼈아픈 지적이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어른들 대부분이 과연 진정한 어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선 그들은 책을 거의 읽지 않는다. 심지어 교수들도 전공 밖의 책은 읽으려 하지 않는다. 책을 사는 사람들은 주로 20~30대 여성이다. 그리고 책을 읽지 않는 어른들은 책을 읽는 젊은이들을 가르치려 한다. 대한민국의 어른들은 퇴근을 하고 나서 몰려 다닌다. 얼굴의 주름을 무시하고 행동만 보면, 청소년들이 몰려 다니는 양상과 다를 것이 없다. 좀 비싼 저녁을 먹고 노래방보다는 술과 도우미가 나오는 유흥주점으로 2차를 간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나이에 상관 없이 몰려 다니는 이유는 불안하기 때문이다. 내가 빠진 자리에서 중요한 일이 진행될 것이 두려워서다. 리더들은 조직원 중에 빠지는 사람이 있으면 자신의 리더십에 대한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괘씸죄가 적용된다.

 

 청소년들은 아직 확립되지 않은 자아 정체성을 확립하려고 몰려 다닌다. … 어른이 되어서도 철 없이 집단 정체성에 의존하고 개인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다면 개인과 조직 모두에게 해악이 된다. 그런 사람이 줏대 없이 윗사람의 눈치나 보며 인맥에 기대어 출세하려고 한다. 어른들이 집단 정체성을 확인하는 상징은 폭탄주 문화다. 폭탄주를 돌려 마시는 순간 마치 한 마음, 한 몸이 된 것 같은 환상에 빠지게 된다. 술이 깨고 나면 '형님, 아우‘는 차가운 현실로 다기 돌아간다. 그리고 술에 의해 파괴된 뇌세포들의 자리에 집중력, 판단력, 기억력의 장애와 변형된 성격이 들어선다. … ‘사회 지도층’이 청소년들이나 찾아야 할 집단 정체성에 매달리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폭탄주를 돌리는 것이 대한민국의 실체라면? 그리고 바로 그 어른들이 책 읽으며 창의력을 기르는 젊은이들을 나이와 권력을 이용해 통제하려 든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둡다고 말하는 것이 정답이다. … 퇴근하면 얼른 집에 가서 책 읽는 어른들이 빨리 늘어났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는 어른이 사라진 시대입니다. 너도 나도 다 어린아이들 뿐입니다. 카프카 식으로 말하면 다 잠들어 있는 것이고, 모세 식으로 말하자면 다 누워 있습니다. 아무도 일어서서 손을 들고 있지 않습니다. 정말 위험한 시대이지요.

 

  <설교를 마치면서>

  이제 설교말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오늘 설교말씀의 제목을 ‘서 있는 사람들’이라고 잡아보았습니다. 하느님을 섬기는 사람은, 누워 있는 자가 아니라 일어서서 손을 들고 서 있는 자입니다. 오늘 이 시간 이 설교말씀의 제목을 깊이 묵상하시는 저와 여러분 되시길 바랍니다. 기도하겠습니다.

 

* 축도

이제는 진리의 길을 직접 보여주신 예수님의 놀라운 은혜와, 우리의 생명과 영혼을 언제나 치유해 주시는 하나님의 크신 사랑과, 지금도 살아계셔서 우리를 인도해 주시는 성령님의 아름다운 동행이 사랑하는 수도교회 교우들 머리 위에 언제나 충만하시기를 간절히 축원하옵나이다. 아멘.


김부겸 목사<수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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