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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화 어머니의 도우심

  • 김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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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도우심

어느 여름 오후 하늘이 유난히도 푸른 날이었습니다.
산책을 나온 나는 공터에서 열 살 남짓한 남자아이와
한 여인을 보았습니다.
그 아이는 조잡한 새총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유리병 맞추는 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소년은 채 1미터도 쏘지 못했고 때로는 높게 때로는
낮게 쏘기도 했습니다.
나는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이렇게 새총을 못 쏘는 아이는
처음 본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 옆에는 어머니로 보이는 듯 한 여인이 수북하게 쌓인
돌 조각들을 하나하나 집어 소년에게 건네고 있었습니다.
보다 못한 나는 소년의 어머니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습니다.
"제가 새총 쏘는 법을 가르쳐 볼까요?"
소년은 멈칫했으나 여전히 유리병 방향을 보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웃으며 "아니요, 어쨌든 감사합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고 잠시 후 소년을 바라보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습니다.
"우리 애는 앞이 안 보이거든요."
나는 당황했습니다.
"아하, 죄송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어머니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습니다.
"다른 애들도 이렇게 놀잖아요."
어머니는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그리고는 한 마디 덧붙였습니다.
"해 보는 게 중요하죠. 시도조차 해 보지 않은 것과
해 봤다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으니까요."
나는 점차 소년이 새총을 상당히 규칙적으로 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한 발 쏘고 나면, 약간씩 방향을
이동하며 다시 한 발을 쏘고, 그리고는 다시 조금씩
방향을 이동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듯 밤바람이 가볍게 불어오고 귀뚜라미
노랫소리가 들렸습니다.
하늘에는 별이 하나 둘 뜨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소년과 어머니의 놀이는 그칠 줄 몰랐습니다.
새총 줄에서 튕겨 나오는 '슝' 하는 소리와 돌이 바닥에
떨어지는 '퍽' 하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이어졌습니다.
날이 어둑해지자 유리병의 형체도 보이지 않았지만
소년에게는 낮이나 밤이나 별 차이가 없는 듯 보였습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오늘 중에 맞히기는 어렵겠군.'
잠시 망설이던 나는 "안녕히 계세요. 먼저 가겠습니다." 라고
인사하며 돌아섰습니다.
그런데 몇 걸음 떼지 않아 등뒤에서 쨍그랑 하며
유리병 깨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순간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습니다.
무엇을 향한 눈물인지 나조차도 알 수 없는 너무나
뜨거운 눈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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