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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한 알의 밀처럼 (요 12:2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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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알의 밀처럼 (요 12:24-26)


로버트 토마스(Robert J. Thomas)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기도와 사랑 가운데서 자라났습니다. 아버지 토마스 목사로부터 선교적 비전을 이어받게 되었습니다. 20세 되던 해 런던 선교회가 인도하는 예배에 참석하여 벅찬 감동과 은혜를 받고 조선에 복음을 전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불붙게 되었습니다. 조선의 서해안을 방문하고 돌아온 이듬해 그는 1866년 미상선 제너럴셔먼호에 승선하여 평양으로 향했습니다. 토마스는 배가 닿는 곳마다 조선인들에게 성경을 전해주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조선을 사랑하십니다. 자 이걸 받으세요. 성경책입니다.” 제너럴셔먼호가 평양 만경대까지 다다르자 조선군과 팽팽한 긴장이 고조되었습니다. 

대포로 공격을 하던 선장은 조선 군사들의 공격이 거세지자 퇴각을 명하였습니다. 그러나 홍수로 불어났던 물이 줄어들어 배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조선의 군사들은 총공격을 감행하였습니다. 이 순간 토마스 목사는 “예수 믿으시오!” 소리치며 성경책을 군사들에게 던졌습니다. 그러나 군사들이 쏘아댄 불화살로 제너럴셔먼호는 불타기 시작했습니다. 배에 있던 사람들이 강으로 뛰어내렸고 뭍으로 나오는 사람들은 군사들에 의하여 죽음을 면치 못하였습니다. 대동강은 순식간에 피로 물들었습니다. 

그런데 배가 타오르고 있는 와중에도 토마스 선교사는 성경책을 계속 던졌습니다. 뭍으로 나온 토마스에게 칼을 잡은 박춘권(朴春權) 부교의 손이 올려진 순간 “잠깐만, 이걸 받아 주십시오. 제가 드리는 마지막 물건입니다” 이 말에 멈칫 놀란 박춘권은 토마스가 가슴에서 꺼낸 성경책을 얼떨결에 받아 들었습니다. 토마스 선교사는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합니다” 말하고는 무릎을 꿇고 “하나님 이 사람은 자기가 하는 일을 모르오니 용서하여 주옵소서. 

이 일로 조선 땅에 뿌린 복음이 열매로 맺게 하여 주옵소서” 라고 기도드렸습니다. 박춘권은 칼을 빼어 토마스 선교사를 찔렀습니다. 1866년 9월 3일 27세의 젊은 나이로 웨일스 출신 선교사 토마스 목사는 대동강 백사장에서 순교의 피를 뿌렸습니다. 그를 죽였던 박춘권은 후에 회개하고 예수 믿고 장로가 되었습니다. 토마스 목사가 전해준 성경을 읽은 홍신길은 대동문에 교회를 세웠고 그의 동생도 예수 믿고 장로가 되었다고 합니다. 황명대는 제너럴셔먼호가 불탈 때 “예수, 예수, 예수” 하는 토마스 선교사의 소리를 듣고 평양 초대교회의 신자가 되었다고 합니다. 토마스 선교사는 조선 땅에 떨어져 죽은 한 알의 밀이 되어 조선의 교회가 세워지는 초석이 된 것입니다. 

예수께서 본문의 말씀을 하실 때 이미 자신의 죽음을 마음에 두고 있었습니다. 예수는 자기를 비워 인간의 몸을 입고 이 땅에 오셨습니다. 그리고 인류의 죄를 해결하기 위해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 땅에 떨어져 한 알의 밀알이 되자 예수 안에 있던 생명의 씨앗이 소망이 없는 사람들에게 열매로 맺혀졌습니다. 그 후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를 믿는 자마다 생명의 열매가 맺혔습니다. 생명의 열매가 확산되는 비결은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 예수는 멸망해 가는 사람들에게 생명의 열매가 맺히도록 십자가에서 죽으신 한 알의 밀알입니다. 예수께서는 우리에게도 썩어지는 한 알의 밀처럼 되라고 지금 명령하십니다. 우리는 결단해야 합니다. 한 알의 밀알처럼,
 
첫째로 희생하리라 

한국교회사 초기에 헤론(J. W, Heron)이라는 의사가 있었습니다. 그가 한국교회 성장에 미친 영향은 지대합니다. 그에 관한 이야기는 듣는 이의 마음에 신선한 감동을 줍니다. 헤론은 미국 테네시 의과대학이 생긴 이래 가장 우수한 성적을 올린 수재로서 교수직을 사양하고 1885년에 내한하여 의료선교사로 헌신했습니다. 한국에 온지 5년 뒤인 1890년 여름, 각종 전염병이 창궐하여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고통을 당하고 있을 때도 폭염 속에서 환자 치료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더위와 과로로 말미암아 결국 이질에 걸린 그는 3주간 앓다가 아내와 두 딸을 남겨놓고 선교지 한국에서 짧은 생을 마치었습니다. 그의 희생은 한국교회 성장에 큰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물론 한국교회가 부흥과 성장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알지 못한 곳에서 희생한 이들을 망각해서는 안 됩니다. 그들의 삶이 한 알의 밀알이 되어 부흥의 원동력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본문 24절입니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밀알은 하찮고 시시한 것이 아닙니다. 쓸모가 없어 내어다 버린 것이 아닙니다. 많은 열매를 기대하고 땅에 심기운 것입니다. 그 한 알의 밀알이 한 그루의 밀 이삭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밀알들이 이삭에 매달리게 되었습니다. 

값진 예수의 희생이 없었던들 우리는 죄사함을 받지 못했을 것입니다. 예수께서 희생제물이 되심으로 생명을 얻게 된 것입니다. 예수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새 생명을 누리며 살아야 합니다. 예수의 값진 희생이 고귀하게 빛나도록 십자가를 자랑하며 살아야 합니다. 또한 썩어지는 밀알처럼 희생을 실천하신 예수의 뒤를 따르는 제자가 되어 우리 역시 희생적인 삶을 살아야 합니다. 
 
둘째로 포기하리라

칼레의 시민(The Burghers of Calais)은 조각가 로댕(Rodin)이 제작한 조각상입니다. 프랑스 북부 도시 칼레가 백년전쟁 당시 영국에 의해 포위됐을 때 도시를 구하기 위해 생명을 포기하고 죽음을 자원한 영웅적인 시민들을 조각한 작품입니다. 1347년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벌어진 백년전쟁 때의 일입니다. 1년 가까이 영국의 공격에 저항해 오던 칼레는 원병을 기대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백기를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칼레의 항복사절은 도시 전체가 불타고 시민들이 처형되는 운명을 면하기 위해 영국 왕 에드워드 3세에게 자비를 구했습니다. 

완강한 태도를 보이던 에드워드 3세는 항복의 조건을 내 놓았습니다. “좋다. 시민들의 생명은 보장하겠다. 그러나 누군가 그동안의 반항에 대해 책임을 져야만 한다. 시민 대표 6명은 교수형에 사용될 밧줄을 목에 걸고 맨발로 영국군 진영으로 가서 도시의 열쇠를 건넨 후 처형되어야 한다.” 시민들은 기뻐할 수도 슬퍼할 수도 없었습니다. 6명이 그들을 대신해 죽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때 칼레에서 가장 부자였던 위스타슈 생 피에르가 먼저 나와 말했습니다. “칼레의 시민들이여, 나오라. 용기를 가지고.” 그러자 시장이 나섰습니다. 상인이 나섰습니다. 그의 아들도 나섰습니다. 

모두 도시의 핵심인물들이자 귀족들이었습니다. 드디어 6명이 되었습니다. 이들이 처형되려던 마지막 순간 에드워드 3세는 왕비의 간청을 듣고 용감한 시민 6명을 살려 주었습니다. 그로부터 550년이 지난 후 칼레 시민들은 이들의 용기와 헌신을 기리기 위해 조각상을 제작하기로 하고 당대 유명한 조각가 로댕에게 작품을 의뢰했던 것입니다. 비장한 슬픔으로 얼룩진 이 조각상은 생명을 포기한 이들의 모습을 통해 한 알의 밀이 떨어져 썩으면 많은 생명의 열매를 맺는다는 교훈을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본문 25절입니다. “자기의 생명을 사랑하는 자는 잃어버릴 것이요 이 세상에서 자기의 생명을 미워하는 자는 영생하도록 보전하리라” 여기의 ‘자기의 생명을 사랑하는 자’ 란 집착하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예수께서는 하나님의 뜻을 이루시고자 자기를 포기하셨습니다. 자기의 뜻을 포기하셨습니다. 부유함을 포기하셨습니다. 명예를 포기하셨습니다. 심지어 생명까지 포기하셨습니다. 완벽한 포기를 선택하신 것입니다. 

구원을 위해 최고의 것을 포기하신 예수께서는 기꺼이 포기하는 자를 지금 찾으십니다. 온갖 하늘의 귀한 선물을 주시고자 우리에게 포기하라고 명하십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손에 쥔 것을 빼앗길까봐 꼭 쥐고 포기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자기 생명을 사랑하면 잃어버리고 미워하면 영생하도록 보존됩니다. 내 것이라고 고집하는 순간 잃어버리고 사라집니다. 예수를 본받아 하나님을 의지하고 기꺼이 포기할 수 있으시기 바랍니다. 심지어 목숨이라도 집착하지 않고 주를 위해 기꺼이 포기할 수 있는 한 알의 밀 같은 굳센 믿음을 소유하시기 바랍니다. 
 
셋째로 섬기리라 

일본이 낳은 세계적 스승으로 가가와 도요히코(賀川豊彦)를 꼽을 수 있습니다. 메이지 학원과 고베 신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프린스톤에서 생물학과 신학을 전공하고 귀국하여 빈민들과 생활하면서 전도와 사회사업, 농민 운동에 헌신한 인물입니다. 그가 젊었을 때, 폐결핵으로 사형선고를 받고 죽는 날을 기다리던 때가 있었습니다. 교회에서 찾아와 고별 예배를 드리고 갔습니다. 그날 밤 몹시 번민했습니다. 이왕 죽기는 마찬가지인데 죽는 시간을 기다리는 것보다 차라리 목숨을 끊는 것이 옳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밤새도록 몸부림을 치던 그는 가재도구를 정리하여 몇 가지 살림도구를 수레에 싣고 고베 빈민굴로 찾아갔습니다. 

‘예수께서 나 같은 경우를 당했다면 어떻게 했을까?’ 질문에서 해답을 얻은 것입니다. “주님이라면 목숨을 끊지도 않을 뿐 아니라 이대로 죽는 날을 기다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목숨이 붙어 있는 날까지 섬김을 받으러 오신 분이 아니라 섬기고 받들어 주기 위하여 오신 분이었기에 섬길 자를 찾아갔을 것이라” 고 깨닫고 실천하였습니다. 빗자루와 걸레를 들고 다니며 청소를 하고, 불우한 빈민들을 돌보며 섬겼던 그의 삶은 칠십이 넘어도 보람 있는 생을 찾게 하였습니다. 

본문 26절입니다. “사람이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르라 나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자도 거기 있으리니 사람이 나를 섬기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귀히 여기시리라” 한 알의 밀알이 죽어 열매를 거두는 비전을 바라보며 섬기신 분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자원하여 종이 되심으로 섬기는 세상을 이루고자 하셨습니다. 한 알의 밀이 썩어지려면 자신의 몸을 내어 주어야합니다. 자신을 내어주는 섬김이 따를 때 비로소 생명이 태어나는 신비를 보게 됩니다. 

대부분의 교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찬양하고 따라가려 합니다. 하지만 예수께서 보여주셨던 섬김에 주목하는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모름지기 성도들은 섬김의 은혜에 젖어야 합니다. 섬김에는 말이 필요 없습니다. 섬기면서 말이 많은 것은 예수 정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예수의 마음을 품지 않으면 섬김보다 말이 많아지게 됩니다. 예수 정신으로 섬기는 사람들은 땀과 눈물이 가득할 뿐 구차한 말이 오가지 않습니다. 섬김을 잘해야 합니다. 잘 섬기는 사람이 이기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병사가 전쟁에 나가면서 아무도 묻어 줄 사람이 없는 자신의 시체가 썩어 뼈만 남을 때 그 곳에서 꽃의 향기가 날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는 한 움큼의 코스모스 씨를 몸에 지니고 참전했습니다. 전쟁이 휩쓸고 간 자리에 병사의 시체는 썩었지만 몸에 지녔던 코스모스씨가 가을이 되자 꽃이 피고 바람에 코스모스 향기를 휘날렸습니다. 어느 곳에 있든지 우리가 있는 그 곳이 한 알의 밀처럼 썩어 열매를 맺으라고 보내신 곳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어디에 던져졌든지 밀알처럼 열매를 맺어야 합니다. 

썩는 희생이 없으면 결코열매를 거둘 수 없습니다. 땅의 것에 집착하고 포기하지 못한다면 열매는 커녕 한 알 그대로 있을 것입니다. 자신을 드려 섬기기 시작할 때 많은 열매를 거두게 됩니다. 부디 편안하게 사는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썩어지는 한 알의 밀처럼 희생과 포기와 섬김을 통해 열매를 맺어가는 복된 성도들이 다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김광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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