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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 [종려주일] 기적시리즈(9) : 십자가의 기적 (고전 1: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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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시리즈(9) : 십자가의 기적 (고전 1:22-25)

 
오늘은 소위 수난주간이 시작되는 종려 주일입니다. 우리는 동시에 이 주일을 목장 예배로 드리면서 과거 고난과 핍박의 시대 우리의 성도들이 교회당이 아닌 가정에 흐터져 예배 드리던 그 전통을 경험하여 유사시를 대비하고 목장 모임의 소중함을 상기하는 주일로 지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일 새벽부터 한 주간 동안 새벽에 모여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의미를 묵상하는 주간으로 삼고자 합니다. 십자가는 로마 시대, 가장 보기 흉한 저주의 형틀이었습니다. 1세기 말부터 로마의 식민지인들을 대상으로 특히 로마 제국에 대항한 사람들을 처형하는 도구였습니다. 이 십자가형은 십자가 형틀에 못박힌 사형수가 서서히 근육 경련과 질식현상으로 혼수상태에 빠지면서 죽게 되는 잔인한 공개처형이었습니다. 이것은 보는 사람들에게도 너무나 끔찍하여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는 십자가라는 단어를 언급하는 것 마져도 로마인들과 자유인들에게는 합당치 않다고 말할 정도의 형벌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이런 십자가를 아름다운 장신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인들은 십자가를 목에 장식용으로 달고 다나게 되었습니다. 한 자매가 십자가를 목에 달고 다니면서도 신앙 생활를 제대로 안하는 것을 보고 한 형제가 “자매님, 십자가는 그렇게 목에만 걸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를 지고 날마다 사는 것이에요”하자, “그럼 그렇게 하지요”하며 십자가 목걸이를 등 뒤로 돌리더랍니다. 
그뿐 아니라, 오늘날 예배의 처소인 교회당의 상징으로 이 저주의 십자가를 오히려 영광스럽게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징의 변천 자체가 십자가의 기적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오늘 우리는 이런 상징의 변천이 보여주는 기적이상으로 십자가가 제공하는 가장 위대한 두 가지 기적을 바울 사도가 고린도 교회에 보내는 서신서를 통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십자가의 두가지 위대한 기적-무엇일까요?

1. 십자가는 참된 지혜의 기적입니다.

바울 사도 당시 헬라/그리스는 소위 그리스 문명의 모태를 만들어 내고 있었습니다.(바울 이후의 구라파 문명을 우리는 그레코-로마 문명이라고 부릅니다.) 그리스의 수도 아테네는 철학의 도시로 통했고, 고린도는 비즈니스의 중심 항구로 세상의 모든 지혜가 이 항구를 통해 수입되고 있었습니다. 헬라인의 최고 선, 최고 가치는 지혜였습니다. “지혜의 사람이 되라!”고 그들은 자녀를 교육했습니다. 

<철학>은 Philos=love, 와 Sopia=wisdom의 합성어로 지혜를 사랑하는 학문을 의미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바울 사도는 당시의 그리스인, 고린도의 헬라인들에게 그들이 추구하는 지혜가 인간 구원을 가져오지 못하는 한계를 지적합니다.

사실 그들의 위대한 철학의 스승 소크라테스는 이런 인간 지혜의 한계를 이미 간파하고 <네 자신을 알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교육의 초점도 여전히 무지의 극복, 문맹의 치유에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대 교부요 설교자였던 크리소스톰은 “오늘의 지혜자들은 자신의 무지를 알지 못하다는 면에서 정말 무지한 사람들”이라고 지적한바 있었습니다. 

이것은 지금 우리의 시대에도 변하지 않은 진실입니다. 정보화 시대와 지식화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불변의 진실입니다. 정보나 지식의 축적은 엄청나게 많아지고 있지만 우리는 얼마나 자신의 존재의 신비와 삶의 목적을 이해하고 있을까요? 

여기 인간 지혜의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바울 사도는 고전1:21에서 이런 지혜의 한계를 두 가지로 정리합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지혜로 1)하나님을 알지 못하고, 2)구원에 이를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십자가의 복음을 수용하고 주님께 나아오면 기적이 일어납니다. 하나님을 알아가기 시작하고 영혼의 구원을 경험합니다. 그래서 십자가는 참된 지혜의 기적입니다. 

세상의 어떤 철학도 어떤 종교도 해결하지 못한 구원의 기적, 그것은 우리의 행함이 아니라 오직 십자가에서 우리위해 죽으시고 우리 위해 다시 사신 그리스도를 믿음으로만 가능하다는 복음의 기적이었습니다. 세상은 이 십자가의 복음을 어리석다고 말하지만 성경은 그것이 바로 참된 하늘의 지혜로 사는 복음이라고 증거합니다. 그렇습니다. 내 지혜가 죽는 곳에서 우리는 하늘의 지혜를 경험하고 부활의 삶을 삽니다. 지나간 저의 목회 40년을 돌아보면 내 지혜로 하려던 모든 것은 부끄러운 결과였지만, 기도 중에 얻은 지혜로 이룬 결단은 모두 아름다운 결실이었습니다. 

2. 십자가는 참된 능력의 기적입니다.

그리스인들이 1세기에 헬라문명을 다음 세대로 전수하고 있었을 때 인류 문명의 또 하나의 축은 유대인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정치적 승자는 아니었으나, 활발한 상업 활동을 통해 1세기 세계 모든 중요 도시에 유대인들은 이미 막강한 자본의 영향력을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유대인의 최고선, 최고 가치는 능력이었습니다. 그들은 자손들에게 “능력의 사람이 되라”고, 돈으로 성공하는 사람이 되라고, 돈만이 그들을 지킬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고대 유대인들, 구약의 유대인들이 하늘의 표적을 구하고 있었다면 1세기 유대인들은 땅의 안전을 지키는 돈의 표적에 매달리고 있었습니다. 우리 시대의 사람들과 다르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본문 22절은 “유대인은 표적을 구한다”고 한 것입니다. 이런 유대인들에게 예수의 십자가는 실패와 연약함의 상징이었고, 

그래서 그들은 예수를 거부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십자가는 거리끼는 것”(23절)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무능과 무력의 상징인 십자가가 그들을 구원하는 
역설적인 능력이었던 것입니다. 

십자가에서 그를 못 박는 유대인들과 로마인들이 보고 싶었던 것은 이 기적의 사람 예수가 십자가를 부수고 십자가에서 내려 오는 것을 보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는 실로 열두 영(사단)도 더 되는 영적 군대를 부리시사 그렇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사렛 사람 예수는 십자가에 못박히는 무력한 길을 선택하신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데 이런 그분의 어리석음과 연약함이 우리의 구원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본문 25절에 바울은 “하나님의 어리석음이 사람보다 지혜롭고 하나님의 약하심이 사람보다 강하니라‘고 말합니다.

기독교의 역사를 보면 이 약함의 원리 곧 십자가의 원리를 붙잡고 그리스도인들이 손해보고 핍박받고 고난당하던 시절에는 언제나 복음의 영광이 드러난 때였습니다. 초대 교회 시대가 그랬고 청교도 시대가 그랬고, 한국 교회 초기 선교 시대가 그랬습니다. 그러나 기독교인들이 권력을 지배하고 황금을 추구하던 시절 교회는 언제나 타락하고 영향력을 상실하고 말았습니다. 중세기 암흑시대가 대표적인 사례가 아닙니까? 

어쩌면 오늘 한국 교회가 힘과 자본을 갖기 시작한 때가 가장 암담한 시기가 된 오늘의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그래서 오늘의 한국 교회에게 우리에게 필요한 영성은 예루살렘을 향해 가던 십자군의 영성이 아니라, 예루살렘에서 박해 받으며 복음 하나를 붙들고 흩어져 가던 십자가의 영성인 것입니다. 우리가 약할 때가 우리가 강한 때입니다.

그래서 바울은 고후12:9에서 “내 능력이 약한데서 온전하여 진다”고 “내가 나의 약함을 자랑하겠다”고 고백한 것이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우리의 약함을 알고 주를 의지하고 무릎꿇는 그 자리가 바로 우리가 하늘의 능력을 경험하는 자리인 것입니다. 언젠가 말씀드린 아리조나 호피 인디안을 선교하던 이상혁 선교사의 이야기를 상기시켜 드리고 싶습니다.

보스톤 단기선교팀과 당당하게 이 무식한 인디안들을 선교하겠다고 축호전도를 시도하다가 실패한 후, 십자가아래 겸손하게 무릎꿇어 인디안들을 무시하던 자신들의 교만을 회개하고 우리는 아무것도 못하겠다고 고백하던 그 자리에 임했던 부흥, 그 십자가의 부흥이 필요한 때가 아닙니까? 

우리 자신이 아닌, 우리가 소유한 황금이 아닌, 우리가 추구하는 권력도 아닌 오직 십자가에자신을 드리신 주님만을 의지하는 그 자리, 거기에서 우리는 진정 세상을 변화시키는 하늘의 능력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이동원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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