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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세상을 건너는 징검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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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환 동화작가 

책이 밥 먹여 주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단언컨대, 책은 밥 먹여준다. 우리가 책에서 읽은 것들이, 다리 하나나 두 개를 건너면 밥도 되고 떡도 된다. 우리가 딸기 농사를 짓지 않는데도 딸기를 먹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책이 마술처럼 밥이 되고 떡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사람 마음을 움직이지 않고는 일용할 양식을 얻기 어렵다. 우리가 하는 일 거의 모두가 그렇다. 살다 보면 수도 없이 맞닥뜨리는 선택의 순간이 있다. 선택의 순간에도 책 읽은 사람은 다르다. 책 읽은 사람은 자신의 의견을 말할 때도 다르다. 사람을 설득할 때도 다르다. 상처 받은 사람을 위로할 때도 책 읽은 사람은 분명 다르다. 책 읽은 사람은 사물에 대한 발상법도 다르고, 삶의 이면을 헤아리는 시선도 깊다. 연예편지 한 장을 써도 애틋하고, 가족에게 보내는 편지 한 장도 눈물겹다. 슈퍼든, 음식점이든, 꽃집이든, 무엇이든, 조그만 가게 이름 하나 지을 때도 책 읽은 사람은 다르다. 

책은 상황을 꿰뚫을 수 있는 직관을 주고, 통찰력을 주고, 올바른 판단의 기준을 준다. 책 속에서 만나는 높은 정신은 우리 삶의 기준이 되고 방향이 된다. 책에서 만나는 저열한 인간군상은 우리가 경계해야 할 반면교사가 된다. 책은 우리를 돌아보게 하고, 뉘우치게 하고, 우리를 낮추게 한다. 뉘우침과 겸손만 있어도 세상의 절반은 살아진다. 지방으로 가는 국도에 꽃집이 줄지어 있었다. 정다운화원, 에덴화원, 축복화원, 푸른화원…. 열 곳이 넘는 꽃집들 중에 유난히 손님이 많은 꽃집이 있었다. 

'꽃들에게 희망을.' 손님이 많은 꽃집의 이름이다. 꽃집 이름이 특별했다. 꽃집 이름에 이야기가 담겨 있다. '꽃들에게 희망을'은 트리나 폴러스가 쓴 책 이름이다. 꽃에 대한 연민을 갖게 해주는 이름이다. 어쩌면, 손님들이 많은 이유였는지도 모른다. 상품을 파는 시대는 갔다. 지금은 이야기를 파는 시대다. 상품을 팔거나 광고할 때도 상품 속에 이야기나 감동을 담아야 하는 시대다. 기업들도 '창조경영'의 깃발 아래 움직이고 있으며, 기업의 수장들까지도 독서를 통해 상상력 개발에 힘쓰고 있다. 상상력은 머리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상상력은 문학이나 철학이나 역사나 자연을 통해 얻어진다. 인간이 추구하는 아름다움과 인간이 지향하는 정서와 인간의 호기심과 존재에 대한 물음이 곧 문학이고 역사이고 철학이고 자연일 것이다. 우리가 읽은 책의 높이 만큼, 우리는 멀리 볼 수 있다. 우리가 읽은 책의 넓이 만큼 우리는 걸어갈 수 있다. 책은 밥 먹여 준다. 책은 세상을 건너는 징,검,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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