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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토요편지] 사랑의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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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편지] 사랑의 교회  

- 이철환 동화작가 

내가 어릴 적, 외갓집에서 멀지 않은 개사리 산골 마을에 '사랑의 교회'가 있었다. 교회에 다니는 사람 대부분은 밭농사, 논농사를 짓는 농부들이었다. 강대 옆에 낡은 풍금이 있었고, 교회 앞마당엔 눈빛 착한 누렁이 한 마리가 놀고 있었다. 목사님 말씀이 끝나면 사람들은 준비해 온 헌금을 헌금 주머니에 넣었다. 종이돈을 넣는 사람도 있었고 동전을 넣는 사람도 있었다. 동전을 넣을 때도 헌금 주머니에서는 짤랑짤랑 동전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헌금 주머니 안에 솜뭉치가 가득 들어 있었다. 동전을 넣으며 민망해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목사님이 넣어 놓은 솜뭉치였다.

'탈탈탈탈 탈탈탈탈….' 예배가 끝나면 교회 앞마당에 경운기 시동 거는 소리가 요란했다. 이웃 마을, 먼 마을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경운기였다. 목사님이 경운기 운전대를 잡았다. 점순이 아줌마 "오라이!" 소리에 고물 경운기 '탈탈탈탈…' 힘차게 시골길을 굴러가면, 길섶에 핀 들꽃들이 손을 흔들었다. 까마중 열매 같은 입가의 점 실룩거리며 점순이 아줌마 들꽃들을 향해 소리 소리쳤다.

"너무 뻐기지들 말어라. 나도 너희들처럼 고운 시절 있었구먼. 세월이 호랭이처럼 다가와 지금이사 요레 쪼글쪼글해졌지만, 한때는 내가 흘린 코웃음 한번에 동네 총각 수십명은 나자빠졌다. 하여간에 나 좋다고 쫓아다니면서 징그리도 속 썩이던 놈 있었다. 잊히지도 안혀. 그 썩을 놈…." 

점순이 아줌마 말에 모두들 배를 잡으면, 옆에 앉아 있던 환갑 넘은 새마을상회 아줌마 얼쑤 꿍짝을 맞췄다. 
"아따, 우리 목사님은 성격두 참 급하셔. 목사님, 천천히 좀 가세유… 경운이가 월메나 덜컹대는지 시방, 궁뎅이 다 쪼개지겠슈…." 

늘쩡늘쩡 내뱉는 새마을상회 아줌마 말에 사람들 손뼉을 치며 웃었다. '하하 호호 흐흐 히히' 산수유 열매 같은 빠알간 목젖 보이며 숨 넘어갈 듯 웃었다. 장난기 발동한 목사님은 더 빨리 경운기를 몰았다. '타타타타 탈탈탈탈탈탈탈' 경운기 소리에 놀란 개구리들 논도랑으로 퐁당퐁당 곤두박질쳤다. 웃음소리에 놀란 수퀑 한 마리 들판을 풀썩풀썩 걷어차고 하늘로 힘차게 날아올랐다. '쪽쪽쪽쪽쪽쪽쪽쪽쪽쪽쪽쪽쪽' 까무룩 잠들어 있던 쪽쪽새 한 마리, 허공에 부리방아를 찧으며 까마득한 산그림자 속으로 까불까불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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