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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창조적인 담론(談論)으로 국력을 결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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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인 담론(談論)으로 국력을 결집하자

- 김영한 교수(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장)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100일. 국가발전의 청사진이 제시되고 한창 국민과의 밀월로 가야할 때, 한 달간 지속된 미국 쇠고기 수입반대로 우리 사회가 난국에 처해 있다. 진보측 기독교 인사들까지 시국선언을 하기에 이르고, 보수측 기독교인들은 촛불반대 시위를 하고 한다. 안타까움과 우려를 달랠 길 없다. 한국갤럽의 조사에 의하면 “미국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33.2%나 되었고 “재협상을 해야한다”는 응답은 81.2%가 나왔고 재협상이 필요없다”는 응답은 15.8%에 불과하였다. 정부는 국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30월 이상 쇠고기를 수입금지하는 안을 세우고 미국과 협의하고 있다.

유가 급등, 원자재 파동과 식량자원 품귀, 세계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경제위기나 청년실업 등 국가 현안은 정부와 국민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지난 5월은 시민단체 활동가, 학생, 시민, 주부 등의 야간시위로 도심 교통이 마비되고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시민들이 공권력을 존중하고 두려워하기는 커녕 조롱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일이다. 국가의 미래는 그 국민의 수준이 결정한다. 촛불시위를 이제 그만하고 창조적인 담론을 개설하는 것이 국력을 결집시키는 것이다.

유신정권 시절이던 70년대 초 독일 유학 당시 독일에서 국회가 해산되고 유신헌법이 제정되는 국내 사태를 바라보면서, 당시 미국에서 방문하신 은사님이 하셨던 말씀이 기억난다: “그 국민에 그 대통령.” 아무리 지도자의 판단이 옳았다고 하더라도 국민이 그것을 인정해주지 아니할 때 위대한 영도력은 인내를 가지고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계획을 설득될 때까지 유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인내를 가지고 설득한 후에 다시 그 계획을 집행해야 한다. 

정부의 쇠고기 협상과 대응 방법에는 분명 잘못이 있었다. 이것은 정부 스스로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이를 정권퇴진 등 정치적인 주장과 연결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식탁안전 확보를 위해 거리로 나온 시위 참가자들의 순수성을 모독하는 짓이기도 하다. 양식있는 국민들이 괴담에 불과한 광우병 우려 때문에 국가 경제와 선진국 진입이라는 큰 것을 놓치는 것은 미련한 일이다. 

6월 초 한국을 방문한 미국 보스턴지역 신학대학원 협의회 신학교수 두 분과 대화하던 중 “당신들은 당신 나라 쇠고기에 관하여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한 적이 있다. 두 분 다 신학교수이면서 성직자였기 때문이다. 이에 관하여 두 분은 “우리들은 미국식품국(FDA)의 평가를 신뢰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미 쇠고기 협상에 관하여 두 가지를 말했다. “첫째, 양쪽 협상문을 면멸히 검토해 보아야 하며, 둘째, 양쪽 전문가들에게 맡기고 이들을 신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이들은 “미국 식품국이 ‘안전하다’고 한 쇠고기를 안심하고 먹고 있다”고 대답하였다. 

미국인들은 안심하고 먹고 있는 쇠고기를 우려하는 것, 위생조건이나 검역절차가 우리보다 까다로운 미국산 쇠고기를 꺼려하는 것, 내수용과 수출용이 같은 조건에서 미국인이 우려 없이 먹는 쇠고기를 우리만 광우병 우려가 있다는 식으로 유언비어를 지어낸다면 국제적인 관례에 실례를 범하는 것이 아닌지 성찰해 보아야 한다. 이러한 거부는 나중에 미국으로 수출되는 국산 제품에 대해서도 이러한 험담을 듣게 될 우려를 수반하고 있다. 사실을 왜곡하는 근거없는 여론조작에 휘말리고 있지나 않은지 국민들의 냉정한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정부의 서투른 협상을 꼬투리 잡아 광우병 위험을 부풀리고 그것을 FTA 반대와 반미에 이용하는 자들의 농간에 선량한 국민들은 넘어가지는 않아야 한다.

남의 나라에 대한 제품에 대한 지나친 평가절하나 과도한 성토는 미국인에게 반한(反韓) 감정을 심어주고 우리의 국익에 도움을 주질 않는다. 조선조 대원군의 쇄국정책은 조선을 국제정세의 미아로 만들고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인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기는 지경으로 만들고 말았다. 한국은 수출을 통해서만 살 수 있고 중국, 일본, 러시아 3강대국과 국경이 인접한 지정학적 여건 속에서는 지정학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미국같은 강대국과 무역하고 손을 잡아야 살 길을 마련할 수 있다. 한국전 후 50년 만에 폐허의 나라를 오늘날 세계 10권 대열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게 한 것도 무역이요 특히 미국과의 교역이라는 것을 놓쳐서는 않된다. 선진국의 진입에서 좌절할 것인가? 결코 남미같은 정국의 혼돈에 빠져서는 않된다.

쇠고기 수입 개방은 불가피했다 해도 시기가 잘못됐고, 국민에 대한 사전 설득이 전무(全無)했다. 쇠고기 협상에 있어서 정부가 협상을 서투르게 했으며, 특히 영문오역에 있어서는 국민의 신뢰를 잃은 부분이 있다. FTA 반대파가 문제를 제기하고 여론을 호도할 수 있는 ‘30개월 넘는 소’에 대한 협상, 이 부분은 광우병 우려를 촉발시킬 수 있는 민감한 부분인데 보다 면밀하게 대처하지 못한 실무책임은 면할 수 없게 되었다. 국가를 운영해나가는 데는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데 한 점의 흐트러짐이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번 사태로 인해서 보수주의의 가치가 한꺼번에 무너질 수 있는 미숙한 국정운영에 대하여 진솔하게 반성해야 한다. 다시 한번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 아직도 4년 8개월 이상 남아 있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대운하 등 각종 중요한 국정운영에 있어서 국민의 뜻을 잘 읽고 앞서 판단하면서 국민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며 청사진을 제시하여야 한다. 부자만을 위한 것이 아닌 사회적인 약자(弱者)를 끌어 안는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겸허한 자세로써 그것을 시행하는 고도의 전문가적인 각료와 행정가를 동원해야 할 것이다.

갤럽 조사에서 ‘대통령이 앞으로 잘할 것이다’(51%)는 ‘잘못할 것이다’(41.1%)보다 높았다. 국민은 아직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에게는 국가의 관리와 국민의 신뢰보다 중요한 것이 없다. 유능하고 경험이 있으며 보수적 가치를 지닌 인재들을 등용해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쇠고기 수입, 대운하 등 각종 중요 정국 현안에 관하여 전문가들의 연구와 사례 발표와 토의를 통하여 국민들의 창조적인 담론을 유발시키고 이 담론을 연결시킴으로써 국력을 결집시켜야 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장로로서 이러한 국정위기에 직면하여 겸허한 마음으로 자신을 낮추고, 위기를 당한 히스기야 왕처럼 하나님의 전에 올라가서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한국 교회 기독교인들도 장로인 그가 민의를 바로 알고 이 난국을 지혜롭게 헤쳐나가서 남은 국정을 튼튼한 대로 위에서 마무리하도록 창조적 비판과 더불어 격려하고 기도해주어야 할 것이다.

- 출처 : 크리스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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