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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본향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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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강월(주부편지 발행인·수필가)

“우리가 이제는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하나 그 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요 이제는 내가 부분적으로 아나 그 때에는 주께서 나를 아신 것 같이 내가 온전히 알리라”(고전 13:12)

지난 5월, 가족과 함께 고향 해운대를 찾은 것은 무려 20년 만이었어요. 유년 시절, 저의 놀이터였던 백사장이 내려다 보이는 호텔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1박을 하고 이른 아침 길을 나선 행선지는 작은어머니가 홀로 계신 가덕섬. 배를 탈 때부터 묘한 기분에 휩싸이더니 선착장에 내릴 때는 이미 울고 있는 자신을 발견해야 했지요. “내 맘이 꼭 친정 방문길에 나선 조선족 처녀 같다.” 동행한 딸애는 이런 제 손을 꼭 잡아 주었지만 좀체로 진정이 되질 않더군요.

돌담길을 돌아가노라니 오막살이 한 채가 흘러 내리는 눈물 때문에 가물가물한데, 멀리서 저를 향해 달려오시는 늙고 야윈 작은어머니 모습이 보였지요. 울음이 터져나와 버벅거리면서 고작 한다는 말이 “죄송해요. 죄송해요”였지요. “괜찮다, 괜찮아.” 눈물을 훔치시면서 저를 와락 껴안는 작은어머니 품이 어쩌면 그리도 편안했던지요. 그날 저는 성년이 된 이후 처음으로 고향의 맛으로 가득한 밥상을 받았지요. 주름진 작은어머니의 손으로 손수 지어주신 따뜻한 밥 한숟갈과 반찬 한 젓가락을 입에 넣을 때마다 타향살이의 한 순간 한 순간 설움이 눈녹듯 사라지더군요.

부모님이 소천하시고 뿌리를 잃은 듯 외로운 때도 있었지만 제게도 찾아갈 고향, 반겨줄 어른이 계시다는 사실은 전쟁터에서 길잃은 소년병이 아군의 진지를 찾은 심정이라고나 할까요. 어쩌면 우리 모두 이 세상 순례를 마치고 본향으로 향하는 모습이 이와 같을 테지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하나님의 처사와 풀 길 없었던 인생의 비밀들도 그의 넓으신 품에 안기는 순간, 모두 깨달아지지 않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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