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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그럼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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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 이태형 (국민일보기독교연구소장)


최근 한 기독 인터넷 매체를 통해서 매우 불쾌한 이야기를 접했다. 경기도 모 교회의 목사와 부인이 7년에 걸쳐 80이 넘은 노 권사의 돈 5억여원을 몰래 빼돌렸다는 기사였다. 그 목사는 교회로부터 개척자금까지 받고 가까운 지역에서 일단의 기존 교인들과 다시 교회를 설립했다고 한다. 기사와 함께 목사 부부의 사진도 실려 있었다. 기사를 보지 않았다면 은혜로운 목사와 맑은 심성의 사모라고 여겨질 모습이었다. 

'어쩌다 한국교회가 이 지경까지 갔는가'라고 탄식하며 댓글을 읽어 보았다. 그 내용 가운데 '목사가 되지 않도록 인도해 주신 아버지 감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눈에 띄었다. 어릴 때부터 목사가 되어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자랐으나 결국 목사가 아닌 교사가 된 사람이 쓴 댓글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너는 목사가 될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그에게는 아마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있었을 것이다. 비록 목사가 되지는 않았지만 교사로서 열심히 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했으리라. 그럼에도 목사에 대한 부담감은 여전히 남아 있었을 터이다. 그러다 성도의 돈을 빼돌린 목사 부부와 같은 불쾌한 이야기를 접하면서 그의 아쉬움은 다행스러움으로 변했다. 그는 댓글에 목사라는 직을 허락하지 않은 하나님께 감사한다고 썼다. 

사실 이 같은 생각을 갖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한국교회와 목회자들에게 가해지는 사회의 비난들이 나올 때마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목사가 되지 않음'을 감사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목사가 되기 전에 청산해야 할 내면의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하고 목사가 된 사람들 때문에 도처에서 불쾌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것이 2008년 한국교회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문제의 시각으로 보면 한국교회는 문제 투성이다. 선은 선이고, 악은 악이다. 문제는 그대로 보아야 한다. 고름은 짜내야 한다. 상처난 부위는 도려내야 한다. 

그럼에도 그같은 한국교회의 문제 때문에 목사가 되지 않음을 감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한국교회 내 수많은 유쾌한 사건들이 있다. 하나님을 감동시키는 목사들이 있다. 교회 재정 잔고를 100만원만 남기기로 하고 좋은 일에 돈을 쓰기 위해서 날마다 고심하는 목사. 새벽기도를 마치고 돌아온 자신의 집 앞에 버려진 아기를 사랑으로 평생 키운 목사. 하나님의 뜻대로 20년간 사역했던 교회에서 조용히 물러나 담임목사가 아니라 '성도'의 자리에서 또다시 '목회'를 펼치는 목사. 일생동안 비움의 목회를 펼치며 '바보 목사'라는 별명을 얻은 목사. 성공적인 목회를 마치고 평안한 노년을 보낼 수 있었으나 "아직도 내 삶은 청춘"이라고 외치며 선교지로 떠난 목사…. 추상적으로 거론한 목사들이 아니다. 내가 직접 접했던 목사들의 이야기다. 어찌 이들뿐이겠는가. 지면이 없어서 모두 기록하지 못할 뿐이다. 

이들 '선한 목사'들이 있기 때문에 문제 목사, 문제 교회가 있더라도 한국교회를 잘 보아 달라는 것이 아니다. 크리스천들에게 '무조건 우리를 긍정하자'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목사들이 있다는 사실 정도는 기억하자는 것이다. 문제 목사를 보고 '목사가 되지 않음을 감사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저분 때문에 나는 목사가 되겠다'고 결심하는 사람들도 있다. 문제를 직시하되 그 문제만 보지 말자. 한국교회에는 오직 주님 때문에 행복한 목사들이 펼치는 유쾌한 이야기들도 적지 않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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