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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내 이름은 콘트라베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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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콘트라베이스입니다  

- 이철환 동화작가 
 

내 이름은 콘트라베이스입니다. 첼로를 닮았지만 첼로보다 몸집이 더 큰 악기입니다. 나는 늘 오케스트라 무대 뒷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바이올린이나 첼로처럼 무대 앞에 앉아서 청중의 박수를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나는 바이올린이나 첼로만큼 사람들의 사랑을 받지 못합니다. 높고 아름다운 음을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는 절망하지 않았습니다. 내게도 소중한 역할이 있기 때문입니다.

간혹 누군가 다가와 내 소리가 아름답다고 말해 줄 때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습니다. 내가 맡은 역할은 고음이 아니라 저음입니다. 내가 맡은 저음은 오케스트라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저음이 있어야 고음도 빛날 수 있습니다. 어둠이 있어야 빛나는 것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내가 가진 저음으로 나는 다른 악기들과 멋진 조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당신을 위해 아름다운 노래도 들려줄 수 있습니다.

내 이름은 콘트라베이스입니다. 청중석에 앉아 있는 당신과 가장 멀리 있지만, 그래서 당신과 가장 가까이 있고 싶은 내 이름은 콘트라베이스입니다. 당신에게는 당신만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있습니다. 오직 당신만 잘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예술적인 재능일 수도 있고, 기계를 잘 고치는 재능일 수도 있습니다. 사람을 감동시키는 재능일 수도 있고, 항상 친절하고, 항상 배려하고, 항상 웃음 지을 수 있는 멋진 재능일 수도 있습니다. 당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노래를 불렀으면 좋겠습니다. 오직 당신만의 목소리로 우리를 위해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콘트라베이스처럼 말입니다.

세상이라는 바다에서 지금은 우리가 선장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선장만 있는 배는 바다를 건널 수 없습니다. 선원도 있어야 커다란 배는 파도치는 바다를 건널 수 있습니다. 지금은 선장이 아니라도 당신과 내가 절망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끝끝내 선장이 되지 못한다 해도 당신과 나는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가장 낮은 곳으로 오셔서 구원의 빛이 되신 예수님께서 지금도 우리와 함께 계시니까요. 왕따를 당하고, 배신당하고, 살점이 떨어지도록 채찍을 맞으시며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께서 지금도 우리의 손을 꼭 잡고 계시니까요. 나도 언젠가는 당신을 위해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겠습니다. 콘트라베이스처럼 말입니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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