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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병든 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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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든 귀족들 

- 손달익 목사(서문교회)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반대 의미로 '노블레스 멜라디(Noblesse Malady)'가 있다. 귀족으로서의 모든 특권과 사회적 지위를 다 누리면서도 귀족의 신분에 어울리는 헌신과 기여가 없는 이기적인 귀족들을 지칭하는 용어이다. 사실 유럽사회의 귀족들이 대부분 신분의 세습을 통하여 지위를 얻거나 가문의 배경과 영향력으로 신분이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 관례임을 감안할 때 그들의 사회적 책임과 기여가 막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못한 귀족들을 일컬어 병든 귀족이란 의미로 '노블레스 멜라디'를 사용하는 것이어서 이 명칭을 얻게 된 사람에게는 큰 불명예요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사람은 스스로를 부패하게 하고 주변을 오염시켜 사회의 공적이 되기 십상이다. 

흔히 우리는 그리스도인들을 일컬어 '은혜받은 자'라고 표현한다. 하나님의 선택과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의 은혜, 성령의 도우심 등 금과 은으로 살 수 없는 은혜를 입은 자들임을 스스로 고백하면서 그렇지 못한 이들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우리에게 있다. 여기에다 교회 안에서 이런 저런 직책을 가지게 되면 그 역시 죄인이었던 사람들에게는 잘 어울리지 않을 만큼의 영광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영적 귀족의 반열에 서게 된 것으로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우리에게는 그 은혜와 신분에 합당한 헌신과 책임수행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 그러기에 예수님은 당신의 제자로 선택된 이들에게 제자다운 삶을 요구하시면서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라'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실제로 예수를 믿고 따르기로 작정했다고 해서 그날부터 온전한 제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와 회개를 반복하면서 더 온전한 제자로 자라가는 것이다. 때문에 주님의 제자 된 이들에게는 끝없는 자기 성찰과 엄격한 자기관리로 수행의 삶을 살면서 가야 할 길을 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함이 반드시 요청된다.

올림픽의 발상지 그리스의 고대 올림픽 출전 선수들을 훈련하던 곳에 이런 글귀가 있었다. '주목하라, 모방하라, 반복하라.' 승리자가 되기 위해서 끝없는 노력을 해야 함을 강조한 말이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이다. 예수를 주목하고, 예수를 모방하고, 예수님처럼 살기 위해 반복해서 연습해야 한다. 그래야 정도에서 벗어나지 않고, 병든 귀족처럼 살지 않고, 예수의 제자처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에게 첫 금메달을 선물한 유도의 최민호 선수가 승리를 확정하는 순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면서 그간의 훈련과정이 얼마나 혹독했을까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 자기 연단의 과정이 승리를 안겨주었다면 우리 삶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거룩함에 이르려 노력하는, 경건에 이르기를 힘쓰는 하나님의 사람들이다. 무릇 경건과 거룩이란 무엇인가? 오토(H. Otto) 박사는 '거룩함이란 두려움과 신비와 매혹적 모습'이라 했다. 세상이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에서 거룩함을 발견하도록 살아야 우리가 은혜받은 자답게 사는 것이라면 우리 삶 속에서 한 사람의 신앙인으로서 풍기는 두려움과 신비함과 매력적인 모습이 있어야 한다. 이 경지에 이르는 것은 세습되지도 않고 가문의 영향력으로 얻어지지도 않는다. 오직 혹독한 자기 연단을 통해 그리스도를 닮아가도록 자기수련을 실시하는 것뿐이다. 오늘도 성령께서 우리를 도우셔서 병든 귀족의 모습을 치유하시고 영적 품격이 있는 제자들이 될 수 있도록 새롭게 해주시기를 기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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