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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추석특집 시] 교회는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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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시] 교회는 거기에 있다  

- 이지현 기자(시인)


당신은
잠든 기억의 뿌리를 일깨우는 가을의 머릿결
그 아픔을 눈감게 하고 생명을 준비시키는
어머니의 가슴

당신은 
노동으로 얼룰진 땀을 식혀주는 들판의 솔바람
그 바람을 잠재우고 알곡을 잉태하는
주름진 농부의 손등

당신은 
수수께끼를 푸는 어린아이의 흥얼거리는 콧노래
느린 박자로 졸고 있는
욕심 없는 한 톨의 양식

이제 기억하네
기나긴 여름날의 고원
우리가 함께였다는 것을
베테치아 게임처럼

쏟아지는 은빛 빗속으로
레이스 뜨기를 하는
부드러운 당신의 손길

너무나 가까운 곳에
당신이 있었다는 것을
이제 기억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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