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칼럼 어느 사모의 죽음

첨부 1


어느 사모의 죽음  

- 이태형 소장 (국민일보 기독교연구소) 
  

지난 11일 저녁 휴대전화에 문자 메시지가 떴다. "조 목사님 사모님 소천. 빈소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다른 분에게는 연락 안했으면 합니다." 가깝게 지내는 목회자로부터 온 짧은 문자 메시지는 모두가 사랑했던 한 사모의 죽음을 알렸다. 

하늘의 부름을 받은 사모의 이름은 지계연. 수원 정자동 전하리교회를 담임하는 조한권 목사의 부인이다. 그녀는 지난해 초 위암 3기 판정을 받고 1년여를 투병하다 이날 사랑하는 남편과 두 딸, 성도들을 남겨놓고 이 땅을 떠났다. 향년 50세. 지 사모는 '돈 없고, 재능 없고, 주위에 사람 없는' 3무(無)의 목회자로 불린 조 목사의 아내이자 다정한 벗이었으며 목회 동지였다. 조 목사의 목회는 괴롭고 슬픈 여정이었으나 부인이 있었기에 기쁨의 길로 여길 수 있었다. 지 사모의 존재는 죽을 지경에 이른 남편을 목회하게 만들고 이 땅에 의미있는 교회를 세울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지 사모는 조 목사의 부인이자 동시에 전하리교회의 영적 어머니였다. 모든 성도들의 역할 모델이 되었다. 1년여 투병 기간 한번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암 세포가 온몸에 퍼져 한 몸 가누기가 힘든 지경에 이르렀지만 성도들에게 환한 얼굴로 믿음의 힘과 의미를 강조했다. 하나님의 부름을 받기 수주 전부터는 집에서 화장실 가기도 힘들어진 연약한 상태가 되었다. 

그러나 사망 2주 전 주일예배에 지 사모는 곱게 단장하고 참석했다. 예배가 끝난 뒤에 성도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조 목사는 말한다. "도저히 인간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초인적인 행동이었어요. 아마 마지막 길을 떠나기 전에 가족으로 지냈던 성도들과 이별 인사를 하고 싶었나봐요." 

13일 새벽에 열린 천국환송(발인)예배는 눈물 속에 치러졌다.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 환히 웃는 영정 속 지 사모를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순서가 진행될 때마다 도처에서 '흑흑' 우는 소리가 들렸다. 세상적으로는 평생 남편의 목회를 도우며 고생만 하다가 떠난 그녀가 불쌍해서 울었을 것이다. 전하리교회는 9월 말에 동탄신도시로 이전한다. 교회는 동탄에 1500여평의 종교부지를 매입, 제2의 성전을 지었다. 그 '영광의 자리'를 보지 못하고 떠난 사모를 안쓰럽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하나님은 왜 지 사모를 먼저 데려가셨을까? 그가 모진 병마를 이기고 벌떡 일어나서 동탄의 새 성전에서 승리의 간증을 하지 못하게 하셨을까? 지 사모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는 사람이 아닌가?' 이런 무언의 질문들이 발인예배 참석자들 사이에 있을 수도 있었다. 그만큼 지 사모는 모두가 그리워하는 아름다운 삶을 살았다. 나는 하나님이 왜 지 사모를 50이란 이른 나이에 데려가셨는지,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그러나 문득 생각해보니 50년만 지나면 발인예배 장소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이 지 사모와 동일한 조건이 되는 것이었다. 모두가 유한한 삶을 산다. 유한한 삶은 빛나는 영원의 삶을 위한 한 길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 사모에게는 동탄의 새 예배당이 영광의 자리가 아니다. 자신의 주검을 보고 모두가 그리워하며 진정으로 눈물 짓는 그 자리가 이미 영광의 자리였다. 천국에서 하나님이 "잘하였도다. 내 착하고 충성된 종아"라며 지 사모를 맞이하셨으리라 믿는다. 유족들과 전하리교회 성도님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 출처 : 국민일보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