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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탐욕(貪慾)과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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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성경에 길을 묻다] 탐욕(貪慾)과 시장  

- 권명중 교수 (연세대)
 

10월10일 서울 외환시장의 광경이다. 8시50분: 외환중개회사의 김 실장이 출근해 컴퓨터 모니터를 켰다. 전날 1379원50전으로 끝난 원·달러 환율이 오늘은 얼마나 오를지 사뭇 긴장한다. 9시: 모니터에 환율이 1395원을 나타내고 있다. 전화벨이 울려대기 시작한다. 거래처들로부터 매매 주문이 쏟아진다. 김 실장은 최근의 불안한 시장을 감안할 때 크게 '베팅(betting)'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9시10분: 벌써 1410원을 치고 있다. 수화기를 든다. "1410에 비드(bid) 1000." 1410원에 1000만달러를 산 것이다. 9시20분: 환율이 1460까지 치솟는다. 김 실장이 다시 수화기를 든다. "1460에 오퍼(offer) 1000." 10분 만에 1000만달러를 1460원에 팔아치우고 5억을 남겼다. 그날 환율은 점심시간에 1380원 후반을 움직이다 정부 개입이 있다는 소문으로 3시에 1309원으로 마감했다.

10월10일 하루 동안 환율이 235원의 등락폭을 보였다. 달러의 수요와 공급 불균형 때문에 환율이 오르내리는 것은 시장에서 으레 있는 일이지만, 235원의 등락폭에는 다른 사정이 있어 보인다. 수출입이나 유학송금 같은 일상적인 필요 때문이라면 이렇게 환율이 널뛰기를 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허생전의 허생이 매점매석을 했던 것과 같은 탐욕의 위장 수요가 있다. 

근대 경제학의 아버지인 애덤 스미스는 자기 이속을 채우려는 탐욕스러운 행동이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의도하지도 않게 사회와 국가의 이익을 증가시킨다고 했다. 값 싸고 질 좋은 세탁기나 밥통을 소비자가 쓸 수 있는 것은 회사 사장의 자애로운 이타심 때문이 아니라 그가 돈을 벌려는 이기적인 욕심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재기하는 행동이 자기 자신을 제외하고 누구를 이롭게 할까. 달러를 사재는 사람들의 이기심이 공동체의 경제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 애덤 스미스의 주장은 생산이 전제될 때야 설득력을 갖는다.

애덤 스미스와 달리 사도 바울은 재물에 대한 탐욕의 해악을 이렇게 전한다. "사람이 재물에 마음을 두면 조그만 이해관계로 사람을 의심하고 비방하고 다투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납니다. 심지어 경건한 삶과 관련된 것도 '이익과 이해'로 계산해서 실행 여부를 판단할 정도로 위선적이 됩니다. 그래서 돈을 사랑하는 사람은 해로운 욕심에 빠져 유혹에도 쉽게 넘어가고 그 결과로 멸망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권면한다. "우리는 아무것도 세상에 가지고 오지 않았으니 아무것도 가지고 떠나갈 수 없습니다. 

우리는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합니다." (디 6:7∼8) 요즘 같은 세태에는 애덤 스미스보다는 바울의 권면에 마음의 공명이 인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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