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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가진 것과 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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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것과 주는 것  

- 손달익 목사 (서문교회)
 

예전 독일이 통일되기 전의 일이다. 베를린시가 동서로 나뉘어 있을 때 동베를린시의 주민들은 여러 경로로 서베를린 주민들의 생활상을 알고 있었다. 장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지만 도시의 분위기는 하늘과 땅의 차이만큼 심하게 여겨졌다.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시샘이 나기도 하고 질투와 증오심이 생기기도 했었다.

마음이 상했던 동베를린 시민들 중의 일부가 트럭에 쓰레기를 가득 싣고 서베를린 쪽 장벽 근처에서 쏟아버렸다. 한 두 차례 하고 말겠거니 했지만 이 이상한 쓰레기 투기는 계속되었다. 서베를린 주민들은 고심을 거듭하다가 자기들도 트럭에 각종 통조림을 가득 싣고 가서 동베를린 인근 지역에 쏟아 놓고 돌아왔다. 그리고 그곳에 팻말 하나를 세워 두었다. '사람은 가진 것을 나누게 됩니다.'

옳은 말이다. 아무리 마음이 있어도 내게 없는 것을 나눌 수는 없는 노릇이다. 뭔가를 나눌 수 있으려면 우선 가진 것이 있어야 한다. 나눔을 말할 때 자주 물질과 관련된 것을 말하지만 교회가 나눌 수 있는 것은 물질이 아니다.

베드로는 '은과 금은 내게 없거니와 내게 있는 것으로 네게 주노니 곧 나사렛 예수의 이름으로 걸으라'고 했다. 그는 처음부터 은과 금을 나눌 생각이 없었다. 또 나눌 수 있는 은과 금이 없었다. 오히려 무형의 영적 자산을 나누고 싶었고 그래서 '나사렛 예수의 이름'을 말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우리 교회가 세상에 자랑스럽게 나누어줄 무형의 자산이 있는지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교권을 쟁탈하기 위한 낯 뜨거운 다툼을 계속하고 각종 이권이 관련된 연합기관들의 운영을 두고 교단들은 저마다 지분 챙기기에 혈안이다. 세상의 선거라면 벌써 50배를 물어내야 할 각종 접대를 두려움 없이 받고 각 언론 기관들은 선거 후보자에게 여러 형태의 유료 광고를 강요한다. 

내게 있는 요소들이 내 삶의 모습을 통해 저절로 주변에 나누어지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선악의 가치를 지닌 일들은 강한 사회적 전염성을 지닌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지닌 그릇된 모습이 주변에 전염되어 하나의 경향을 이루고 사회적 흐름이 되기도 한다. 그러기에 내가 가진 것, 내게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너무나 중요하다. 예수님은 '머리 둘 곳 없는 무소유의 삶'을 사셨다. 그러나 그분은 가진 것이 많으셨다. 사랑과 정의를 완벽하게 조화시키신 가치관, 오직 하나님께만 순종하시는 신앙, 당신의 거룩함을 한 치 빈틈없이 지켜나가시는 거룩한 자존심 등 주님은 가진 것이 너무 많으셨기에 주변에 나눌 것 또한 많으셨다.

우리에게 도덕성이 없으면 도덕성을 나눌 수 없고 우리 안에 평화가 없으면 평화를 나눌 수 없다. 이제 나눌 수 있기 위한 우리의 준비는 그 과제가 분명하다. 먼저 나눌 수 있는 것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가 나눌 것은 사랑과 정의와 긍휼과 겸손이다. 우리에게 있어야 할 것도 바로 이것이다. 이와 같은 것들을 가져야 사람이고 이와 같은 것을 나누어야 그리스도인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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