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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토요 편지] 너희를 부르신 거룩한 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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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편지] 너희를 부르신 거룩한 자처럼 [2008.11.14 17:55]         
 
- 이철환(동화작가)
 

민들레 자연학교는 산꼭대기 높은 곳에 있었습니다. 학교로 올라가는 언덕 아래에서 토끼와 거북이가 만났습니다. "거북아, 시험공부 많이 했니?" "아니, 별로 못했어. 토끼, 너는?" "기본 실력으로 보는 거지, 뭐." 토끼는 으스대듯 어깨를 치켜올리며 말했습니다. "거북아, 우리 달리기 시합하자." "뭐, 달리기 시합?" "응, 산꼭대기 학교까지 누가 빨리 가나 시합하는 거야. 달리기 시합을 하면 학교까지 더 빨리 갈 수 있잖아. 그치?" "내가 질 게 뻔한데. 나는 워낙에 느려서…." "그래도 하자. 재미로 하는 거니까. 알았지?" 토끼는 속마음을 감추며 선웃음을 쳤습니다. 느려 터진 거북이 하고 길고 긴 언덕길을 함께 오른다는 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었습니다. "거북아, 하나 둘 셋 하면 출발이다. 자, 하나 둘 셋 출발!" 토끼는 산꼭대기 학교를 향해 번개처럼 달렸습니다. 이길 수 없는 시합이라는 걸 거북이는 알고 있었습니다. 거북이는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길가에 피어 있는 예쁜 꽃들의 손을 잡아주었고 동그란 얼굴도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당연히 토끼가 이겼습니다. 토끼는 학교 앞 풀밭에 누워 한참 동안 거북이를 기다렸습니다. 다리를 간댕간댕 흔들며 노래도 불렀습니다. 

교실은 몹시 소란스러웠습니다. 여치 매미 까치 참새 곰 고슴도치…찌르찌르, 맴맴, 까악까악, 짹짹. 모두 시끄럽게 떠들어댔습니다. 기다란 목을 가진 기린 선생님이 시험지를 허리춤에 끼고 느릿느릿 교실로 들어왔습니다. "시험공부는 모두 열심히 했지요?" "네!" 토끼 목소리가 제일 컸습니다. 거북이는 토끼가 부러웠습니다. 시험지를 나눠 주기 전, 다분다분 얼굴 모양을 바꾸며 기린 선생님이 말했습니다. "시험문제는 딱 한 문제예요. 주관식이니까 아는 만큼 최선을 다해 답을 쓰기 바라요. 한 가지 주의할 게 있어요. 시험 보는 도중에 옆을 돌아보거나 뒤를 돌아보지 마세요. 저는 기린 선생님입니다. 목이 좀 길죠?" 기린 선생님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시험지를 받은 토끼 눈이 동그래졌습니다. 거북이 눈도 동그래졌습니다. '학교로 올라오는 언덕길에 피어 있는 꽃들의 이름을 아는 대로 쓰시오'라는 게 시험문제였습니다. 거북이는 빙긋 웃었습니다. 

"그러므로 너희 마음의 허리를 동이고 근신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나타나실 때에 너희에게 가져올 은혜를 온전히 바랄지어다 오직 너희를 부르신 거룩한 자처럼 너희도 모든 행실에 거룩한 자가 되라"(벧전 1:13∼15)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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