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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먼 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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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북소리  

 - 이태형 소장(국민일보 기독교연구소장)
 

'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에 이끌려/ 나는 긴 여행을 떠났다/낡은 외투를 입고/모든 것을 뒤로 한 채…' <무라카미 하루키의 '먼 북소리'에서>

'상실의 시대' '해변의 카프카' 등 베스트셀러를 쓴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30대 후반부에서 인생의 덧 없음을 느꼈다. 무력감이 찾아왔다. 강연과 원고청탁 등 살인적인 일정도 문제였지만 그저 흘러가는 대로 마흔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1986년, 하루키는 정말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떠났다. 3년 동안 로마 등지에서 방랑의 삶을 살다가 40이 되어 일본에 돌아왔다. 하루키는 돌아온 뒤 3년간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이런 저런 일들이 많았지만 결국 원래 자리로 돌아왔을 뿐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일상에서의 떠남은 그의 소설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을 것이다. '후회할 거라면 그렇게 살지 말고, 그렇게 살 거라면 절대 후회하지 말라'는 하루키의 말은 잠언과도 같다.

파울로 코엘료도 마흔 즈음에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떠났다. 그는 서른여덟 살의 나이에 탄탄한 직장을 떠나 사막 순례를 한 뒤 작가로 변신했다. 물론 성공했다.

지금까지 그는 18권의 책을 썼다. 그의 책은 모두 68개 언어로 번역돼 160개국에서 판매됐다. 총 판매량이 1억부가 넘었다. 떠남을 통해서 새로 역사를 창조했다.

'우리 대부분이 그럴게다. 때로 우리는 살아온 방식에 얽매여 좋은 기회를 놓쳐버리고 만다. 기회가 와도 활용할 방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너나없이 대학은 꼭 가야 한다고 믿으며,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그 아이들을 또 대학에 보낸다. 그런 삶을 되풀이하며 아무도 스스로에게 묻지 않는다. 난 좀 다르게 살 수 없을까라고.'<파울로 코엘료의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코엘료의 꿈은 글을 쓰는 것이었다. 그 꿈의 길을 찾기까지 코엘료는 절망과 불안의 고비를 넘었다. 자살도 시도했다. 감옥에도 갔다. "꿈이란 강물과 같은 것으로 삶은 그 강을 따라 흘러가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놓지 않는 것"이란 코엘료의 말은 가슴을 뛰게 하기에 충분하다.

하루키나 코엘료와 같이 떠남을 감행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우리에게 질문한다. "당신은 이전부터 꿈꾸는 인생을 살고 있습니까?"라고. 이유없이 우리를 피곤하게 만드는 일상의 거미줄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내면의 '먼 북소리'는 항상 '둥둥둥둥' 울리고 있다.

소명은 마치 하루키가 들었다는 '멀리서 들려오는 내면의 북소리'와 같다. 그저 남들이 사는 대로 살아가고 있지만 크리스천들에게는 내면에서 울리는 북소리가 들린다. 애써 귀를 막아보지만, 결국은 들린다. 신자라면 누구나 어느 순간에 우리 인생에서 영원히 남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시카고 윌로크릭커뮤니티교회의 빌 하이벨스 목사가 말한 '거룩한 불만족'도 내면에서 울리는 북소리라고 할 수 있다. 잃어버린 영혼, 무너지는 교회,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느끼는 거룩한 불만족이 있다. 그 거룩한 불만족의 상태를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자리를 박차 떠나는 것이 바로 소명의 삶이 아닌가 싶다.

성공이 아니라 의미를 찾는 신자의 여정에 너무 늦은 때라는 것은 없다. 가던 길 멈추고, 하던 일 잠시 접고, 정지와 떠남의 시간을 갖는 것에 마감은 없다. 이 불황의 시기야말로 오히려 '먼 북소리'에 이끌려 떠나기에 좋은 때가 아닌가.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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