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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티코와 마음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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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명중 교수(연세대 경제학과)

티코를 타고 다닌 지 9년이 됐다. 이 차 안에 있는 모든 것이 수동이다. 그래서 그런지 잔 고장이 없고 가격도 우리나라 차 중에서 가장 싸다. 차 안에 값어치가 나가는 게 없으니 차 문을 잠그고 다닐 필요도 없다. 다만 불편한 게 있다면 관공서나 고급 호텔 같은 곳에서 하대(下待)하는 시선이 부담스러울 뿐이다. 그런데 휘발유값이 2000원을 넘기는 때가 되니 요사이 부러운 눈으로 보는 시선도 가끔 있다. 

국제유가가 연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올 연말까지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있고, 80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란 기대도 있다. 이런 예측의 근거로서 세계 석유 생산의 수급불균형을 들기도 하고, 화폐 가치 하락에 따른 투기자본의 원유 사재기를 들기도 한다. 그 원인이 무엇이든지 석유 매장량은 한정돼 있고, 석유 수요는 줄지 않을 것이므로 기름값이 예전 수준으로 급격히 내려가는 상황이 올 것 같지는 않다. 원유값 상승으로 원자재, 곡물, 소비재 가격이 도미노처럼 상승하니 한 푼이 아쉬운 서민들의 삶이 점점 더 힘들어진다. 생활의 즐거움이 소비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 고통이 더더욱 심할 것이다. 

예수께서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마 5:3). 이 말씀은 영성의 필요를 느끼는 사람이 하늘나라에서나 얻을 수 있는 행복을 얻는다는 의미이지만, 행복이란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사실 가난 자체가 행복한 것은 아니다. 빈곤과 궁핍은 불행이다. 그렇지만 궁핍도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행복이 될 수 있다. 

행복이 꼭 높은 소득이나 큰 성취로부터만 오는 것은 아니다. 작은 일상사로부터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물질은 나누면 줄어들지만 마음으로부터 오는 행복은 나누면 늘어난다. 이렇게 생각하면 마음으로부터 얻는 '행복'과 물질적 풍요로부터 얻는 '쾌락이나 즐거움'은 필요에 따라서 서로 바꿀 수 있는 대체재들이다. 

원유의 국제 가격 상승은 우리 경제 밖에서 시작된 일이니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고, 또 단시간에 해결될 일도 아니다. 어쩌면 고유가로 유발된 경기침체가 상당히 오래갈 것 같기도 하다. 이런 때에 해볼 수 있는 일이 하나 있다. 물질의 즐거움을 마음의 행복으로 바꾸는 연습을 해보는 것이다. 

피천득 선생의 글에 이런 구절이 있다. "별은 한낮에도 떠 있지만 강렬한 햇빛 때문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밤이 되어야 별이 빛나듯이 물질에 대한 욕망 같은 것이 모두 사라졌을 때에야 비로소 물질의 즐거움이 행복으로 바뀔 것이다. 그러면 티코가 에쿠스로 바뀌는 기적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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