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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리의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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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달익 목사 (서문교회)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대학로에서 있은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 현장을 둘러 보았다. 시위 현장을 찾은 것은 1987년 6월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요구했던 6월 항쟁 이후 만 21년 만의 일이다. 그동안 진보와 보수 양측으로부터 여러 형태의 시위에 참여할 것을 권고 받았으나 해야 할 일이 아닌 듯하여 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린 학생들이 밤늦도록 도심에서 시위를 하고 연일 점점 격화되는 시위 분위기가 심히 염려되어 현황을 살필 겸 현장을 방문했다. 

앉아서 듣는 이야기보다는 훨씬 염려스러운 분위기가 감지됐다. 광우병 괴담(?)으로 시작된 이번 시위는 이제 현 정부에 대한 전반적 거부 운동으로 비화되고 우리 사회의 보수회귀 현상을 불만스러워하는 모든 세력들이 결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원래의 주제인 광우병 쇠고기 문제는 많은 이슈 중의 하나일 뿐이었다. 왜 출범 100일도 안 된 정부가 이토록 큰 저항을 받고 있는 것일까? 무슨 큰 배후가 있다는 의심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시위에 참가하지 않고 있는 국민들도 '이번에는 정부가 잘못한 것이 많다'라는 생각에는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그토록 성급하게 협상을 타결해야 하고 고시를 강행해야 할 말 못할 속사정이 우리 정부에 있는지는 잘 알 수 없다. 단지 그 과정에서 우리는 주권국가 국민으로서의 자긍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고 느끼고 있고 우리 정부가 최선의 노력을 다해 우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기본적 신뢰를 유지할 수 없게 됐다. 이 최소한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과 저항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자칫 우리 사회가 엄청난 소용돌이에 휘말려 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이런 시국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해야 할 가장 급선무는 무엇인가? 

이사야 선지자가 젊었을 시절 웃시야 왕이 죽었다. 탁월한 지도력으로 국가를 이끌어 다윗 시대 이후 가장 번성한 시기를 만들었던 그였으나 말년에는 교만의 함정에 빠져 제사장들과 충돌했고 제단 분향을 직접 시행하다 하나님의 심판으로 죽었다. 그의 죽음은 유다 왕국을 한순간 위기로 몰고 갔다. 이때 젊은 선지자 이사야는 혼연히 성전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제단의 숯불이 피어있던 기도 시간에 하나님께 엎드려 기도했다. 그는 권력 유지를 위한 정치를 멈추었고 그 흔한 대책회의에도 불참했다. 몰려다니며 구호를 외치거나 자기의견을 말하지도 않았다. 단지 '화로다 나여 망하게 되었도다'라고 절규하며 거룩하신 하나님의 긍휼과 자비를 구할 뿐이었다. 

여기에 우리가 걸어야 할 길이 제시되고 있다고 믿는다. 물론 우리는 일의 잘잘못에 따라 책임을 묻기도 해야 하고 역사에 대한 냉정한 평가로 우리 사회의 바른 가치관 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새 정부의 경제 우선의 원칙과 실용주의적 정책들이 기독교적 가치관들과 어떻게 조화되거나 상충될 수 있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성전에 들어가 통절한 기도를 시작한 이사야를 닮아야 한다. 그래야 순서도 생기고 주변을 설득하는 힘도 생길 수 있다. 그래야 정의와 화해를 동시에 이루는 십자가의 능력을 나타내는 교회가 될 수 있다. 깊은 회개와 기도를 통해 도덕적 권위와 지도력을 얻고 이 시대를 치유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모두 기도의 골방으로 들어가 주의 자비를 애절하고 겸비하게 구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급선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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