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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낯선 곳으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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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병욱 목사 (삼일교회) 

여행을 가면 많은 인사이트(통찰력)가 생긴다. 왜 그런가? 낯설기 때문이다. 여행을 가면 낯선 사람을 만나고, 낯선 음식을 먹고, 낯선 문화를 접한다. 바로 그 낯섦으로 인해서 많은 인사이트가 생기는 것이다. 나는 성경을 읽을 때 좀처럼 줄을 긋지 않는다. 줄을 그은 구절을 다시 보면, 익숙하다는 느낌 때문에 인사이트가 생기지 않는다. 자꾸 낯설게 만들기 위해서 조판이 다른 성경을 보기도 하고, 외국어 성경을 읽기도 하고, 다른 번역본을 읽기도 한다. 설교할 때에도 제일 중요한 것이 낯설게 만드는 것이다. 뻔하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들으려 하지 않는다. 많이 듣던 내용도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면, 낯설게 느껴진다. 낯섦이 마음을 여는 것이다. 

어떤 분은 공부를 너무 많이 한 것이 장애가 되곤 한다. 너무 배운 것이 많아서 용어가 어렵다. 지나치게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해서 대중으로부터 유리된다. 식자우환이다. 목회 현장은 인간관계가 중요하다. 인간관계가 어려우면 사역이 힘들어진다. 사역이 극단으로 어려워지면 돌파구를 찾는다. 그 어려움의 돌파구로 공부를 더 하겠다고 나서는 경우가 많다. 결국 힘든 인간관계가 더 하는 공부로 인해서 더 힘들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공부하는 것이 오히려 자신의 약점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박현모의 ‘세종처럼’을 보면, 세종대왕의 탁월성을 제도권에서 많은 교육을 받지 않은 것에서 찾고 있다. 세종은 조선 역사상 가장 짧은 52일의 왕세자 교육을 받았다. 원래 세자였던 양녕대군이 물러나고 3남인 충령대군이 세자가 되었다. 아버지인 태종은 세자 책봉 이후 52일 만에 왕위를 물려준다. 짧은 제도권 교육이 세종의 능력을 극대화시켰다. 남들이 모르는 낯섦의 능력으로 경학, 의학, 음악, 지리, 군사 등 각 분야에서 꽃을 피우는 르네상스적 군주가 된 것이다. 반면에 가장 오랜 세자 교육을 받은 사람이 연산군이다. 역설적으로 연산군은 가장 극단의 폭정을 행한 왕으로 기록된다. 세종의 능력은 제도권 교육이 아닌 현장에서 나왔다. 두루 돌아다니며 세상을 보았다. 기존 제도권에서는 보지 못하는 낯선 시각이 탁월한 군주의 역량을 가능케 한 것이다. 

한동안 거창고등학교의 직업 선택 십계명이 유행했다.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모든 것이 갖추어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은 절대 가지 마라.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등이 보여주는 것은 낯선 곳으로 가라는 것이다. 성경이 말하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는 것도 낯선 곳으로 가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낯선 곳이 생명이 있는 곳이고, 대안을 찾을 수 있는 장소이다. 

아름다운 해변가에서 세미나를 하고 있었다. 경치는 최고이고, 좋은 분위기의 장소였다. 문제는 종종 기차가 지나간다는 것이었다. 기차 소리 때문에 강의 분위기를 망치게 되었다. 당장 기차소리를 없앨 수는 없다. 당장 방음 장치도 힘들다. 방해하는 소리를 돕는 소리로 만드는 길은 없을까? 강사가 이렇게 제안했다. “이제부터 기차 소리가 날 때마다 박수를 치고, 환호를 지르며, 옆사람에게 축하하고 칭찬합시다.” 그러자 기차가 지나가면 오히려 가라앉은 분위기가 살아났다. 기차 소리가 날 때마다 분위기가 좋아졌다. 이런 지혜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다. 낯선 상황에서 부딪치며 배운 경험으로부터 나오는 지혜다. 낯선 곳이 인사이트의 원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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