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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누가 이 민족의 마음밭을 경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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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 민족의 마음밭을 경작할까?  

-  오정현 목사 (사랑의교회)
 

신학교 시절, 설교학을 가르치던 마이클 브래드릭 교수와의 대화는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다. "신학교가 사람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 질문에 필자는 "쉬운 일이 아니다"고 대답했다. 그 이유로 "목회는 지식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영성에 관계되어 있는데, 신학교가 신학은 잘 가르칠지 모르지만, 영성을 훈련시키는 데는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지금도 이 생각에는 크게 변함이 없다. 아니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이 영성의 문제가 목회자 자질의 아주 중요한 요소임을 보게 된다. 기도의 열정이나 말씀의 깊이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기도와 말씀의 토양이 되는 마음밭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50년간 미국의 종교지도자 가운데 수많은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그 와중에 빌리 그레이엄 목사님이 존경을 받는 이유는 그의 마음밭이 그 지위를 품을 수 있을 정도로 온전하게 경작되었기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영성의 위기를 맞는 사람은 없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얇게 썰 때 처음에는 별로 표가 나지 않지만 곧 얼마 후 결정적으로 덩어리가 떨어져 나간 것을 느끼는 것처럼 우리 마음밭도 처음 얼마 동안은 크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작은 거짓이나 탐욕, 증오의 칼날에 의해 조금씩 깎여 나가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방치하다가 어느 순간 통째로 쓸려 나간 뒤에는 후회해도 늦은 것이다. 

얼마 전에 촛불집회에 나간 초등학생이 대통령에게 욕설을 하고, 중학생이 경찰에게 100원짜리 동전을 던지면서 "거지들"이라고 야유했다는 기사를 보면서 이 아이들의 마음밭이 이렇게 냉소적이고 적대감으로 물들어 있다는 현실에 어른 세대들은 괴로워했을 것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이런 끔찍한 마음밭을 경작했을 리 없기에 아이들에게 본을 보이지 못한 어른으로서의 자괴감과 자신은 못 나더라도 자녀들만은 잘되기를 바라는 한가닥 부모의 심정이 외면당한 아픔 때문에 말이다. 

아이들의 마음은 장차 이 민족의 마음밭이다. 누가 이 아이들의 마음밭에 적대감 대신에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냉소 대신에 따뜻한 미소를 경작할 수 있을까? 어릴 때 부친에게 들었던 이야기 중에서 기억에 자리잡은 말이 있다. "호박순은 돌려놓는 대로 자라는 법이다." 호박줄기의 연한 순은 사람의 손길이 붙잡아놓는 방향대로 자란다는 뜻이다. 순이 여릴 때 바르게 돌려놓을 기회를 놓쳐버리면 나중에는 원하는 대로 방향을 취하기가 어려운 법이다. 나라의 역사나 개인의 삶도 누군가의 손길에 의해서 순(筍)이 돌려질 때 운명이 달라지게 된다. 나라의 장래를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나라의 순을 제대로 돌려놓지 않으면 우리 자녀들에게 후회와 원망에 찬 나라를 물려줄지도 모른다는 이심전심의 위기의식이 있다. 

이 민족의 마음밭을 경작하는 일은 혼자서는 할 수 없다. 청계산이나 관악산은 혼자서도 올라갈 수 있지만 세계 최고의 에베레스트산은 반드시 세르파와 함께 올라가야 한다. 반드시 누군가의 희생의 밑거름이 있어야 한다. 우리 자신의 작은 희생을 통해서 이 민족의 마음밭이 건강하고 풍요롭게 경작되면, 바로 여기에 위기에 처한 이 나라를 돌이켜 영적 강국으로 거듭나게 하는 비결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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