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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너무 빨리 용서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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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빨리 용서하지 마세요!

- 강선영목사 (에제르치유나눔선교회 대표, 한국상담심리연구소 소장) 


“목사님, 죄책감이 저를 너무 무겁게 내리누르고 있어요. 분명히 저는 용서를 선포했는데, 여전히 미진한 마음이 많아요. 미치겠어요. 나를 이렇게 고통스럽게 한 그가 아직도 이렇게 미운데 어쩌면 좋을까요?”

“저는 엄마를 이해하려고 몸부림쳤지요. 엄마도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다, 내가 진짜로 미워서 맨날 때린 건 아닐 거다, 내가 정말 미워서 ‘나가서 죽어버리라’고 악쓰진 않았을 거다, 그렇게 생각하려고 애썼어요.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엄마에 대한 감정자체가 몽땅 없어져버렸지만, 하지만 여전히 저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어요.”

“우리 아버지는 맨날 술 먹고 와서 엄마랑 나를 개 패듯 때렸죠…. 휴. 내가 기독교인이 안됐으면 아버지고 뭐고, 가서 죽여 버렸을 거예요. 그런 인간도 사랑하라니, 용서하라니…. 목사님 설교는 그러라는데 입으로만 용서하면 되는 건가요? 마음 속 깊이 죽어도 용서가 안돼요. 그러니 자꾸 죄책감만 깊어지네요.”

“저를 성폭행한 오빠는 지금 번듯하게 잘 살고 있죠. 저는 이렇게 만신창이가 되었는데 말이죠. 죽이고 싶도록 밉죠. 왜 안 밉겠어요. 그런데 미워하지 말라고 하고 용서하라고 하니 그냥 속에 꽉 눌러놓고 살아야죠. 그러려니 심장이 폭발할 것 같아요. 매일 수면제 먹고 잠들어요. 사람도 만나고 싶지 않아요. 내적치유도 갔다 왔어요. 수없이 용서한다고 말했죠. 그런데 왜 이렇게 답답하죠? (눈물을 터뜨리며) 나는 이렇게 불행한데 어쩌면 좋아요?” 

위의 짤막한 이야기들은, 마음의 상처가 심한 수많은 사람이 상담실에 찾아와서 눈물을 터뜨리거나 가슴을 치면서 공통적으로 하는 내용들 중의 일부입니다. 너무 일찍 이해하고 너무 일찍 용서하는 바람에 정작 자신의 마음 속 분노와 슬픔을 미처 처리하지 못해 오랫동안 심리적 정신적 문제를 안고 살게 된 케이스들입니다. 

우리는 성경에서 용서를 수없이 발견할 수 있고, 수많은 용서의 주제를 다루는 설교를 듣고 있습니다. 그래서 빨리 용서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게 되고, 빨리 용서하지 않으면 하나님께서 벌을 내리실 것 같고 신실한 기독교인이 아닌 것 같은 자책감이 들기 때문에 서둘러 용서하게 됩니다. 

우리 모두가 ‘사랑의 원자탄’의 주인공이신 손양원 목사님 같은 크나큰 마음으로 모든 것을 용납하고 용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분도 처음에는 자신의 아들들을 죽인 자에게 극심한 분노의 마음을 가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분의 삶이 증명하듯이 그분은 애끓는 부정보다 더 큰 주님의 사랑으로 회복되어 진정한 용서의 열매로 녹아지는 기적을 맛보았습니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빠른 용서가 힘이 듭니다. 우리는 너무 급하게 용서의 과정을 끝내려고 합니다. 그것은 더 큰 상처와 곪은 종기가 되어 우리 영혼을 얽매어 놓습니다. 나 자신을 비롯하여 수많은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용서의 프로세스로 가야할 때,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너무 일찍 이해하고 용서합니다. 치유집회의 분위기에 휘말려 정말 다 용서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너무 빠른 용서는 죄책감이라는 새로운 상처로 견고하게 자리 잡게 됩니다. 아직 마음의 상처가 다 치유되고 아물기도 전에 서둘러 이해하고 서둘러 용서한다면, 마치 곪은 상처 위에 딱지가 앉아 아문 것처럼 보이지만 그 밑은 점점 더 썩어 들어가는 것과 같은 모양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이제라도 그 상처와 분노와 아픔을 꺼내 보이고, 도려내고, 약을 바르고, 치유해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냥 덮어놓지 마시기 바랍니다. 제발 아프더라도, 힘이 들더라도, 다시 한 번 치유의 과정을 밟아 가시기 바랍니다. 시간이 오래된 상처일수록 치유의 시간도 더 오래 걸립니다. 그런 후에 마침내, 진정으로, 성경에 말씀하시는 그 용서를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시간 동안,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해도, 우리를 기다려 주실 것입니다. 언제나 변함없이 다정하고 친절하고 사랑이 넘치는 눈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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