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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경제학] 접대비 유감(有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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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성경에 길을 묻다] 접대비 유감(有感)  
 
- 권명중 연세대 교수
 

세계적으로 지명도가 있는 미국 기업의 한국지사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다. 이 회사는 업무 관련 접대비를 쓰고 영수증과 접대내용을 기록한 서식을 제출하면 그 돈을 환급해 주었다. 어떤 직원이 회사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2만4000원의 영수증을 접대비 명목으로 제출하고 환급받았다. 후에 사내 감사에서 이 사실이 적발돼 그 직원은 2만4000원 때문에 해고가 됐다. 선진기업의 윤리적 잣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일이다. 

한국만큼 접대가 사업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나라도 드물다. 접대비가 견본이나 시제품을 제공하거나, 제품을 홍보하는 데 쓰이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접대비 사용내역을 보면 밥 먹고, 술 먹고, 선물 사주고, 골프치는 것이 대부분이고 룸살롱에서 벌이는 향락에 쓰는 비용도 있다. 이런 종류의 접대는 사업을 사업 외적인 것으로 해결하려는 것으로 부패와 비리의 온상(溫床)이 된다. 그래서 미국 같은 나라는 접대비를 인정해주는 한도가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는 정도인 75달러(약 10만원)에 한정하고 영국은 아예 접대비를 인정하지 않는다. 구미 선진국에서 접대문화가 형성되지 않은 것은 사업은 사업 그 자체로 승부하는 게 기업의 경쟁력과 소비자의 후생에 더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접대비 지출내역 보관제도를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50만원 이상 쓴 접대비에 대해 세금공제를 받으려면 접대일자, 장소, 접대한 사람의 정보를 카드영수증과 함께 제출하고 보관해야 했다. 그런데 기업들이 50만원이 넘는 접대비는 소액으로 분할해서 세금공제 처리를 하니 이 제도가 실효성이 없다고 정부는 주장한다. 관계부처 장관은 이렇게 하면 기업 접대비가 늘어나 경기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해설을 덧붙인다. 

지난해 한 해 접대비로 기업들이 약 6조3000억원을 쓴 것을 보면 이런 규제 철폐가 경기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대가로 사업이 지금보다 더 정실에 따라 좌우되고, 비리와 부정이 늘어나고 퇴폐적인 향락사업이 번성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 국민들이 정말로 이런 정책을 바라고 환영하고 있을까.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정직하고, 투명하고, 올바른 경제'에 바탕을 둔 선진국을 만드는 것이지 어떻게 해서든지 잘살기만 하면 되는 천민적인 부국이 아니다. 성경의 가르침은 윤리적인 경제행위를 요구한다. 경제가 아무리 어렵더라도 도덕적 가치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접대비 규제 철폐에 관한한 정부는 지금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실수를 범하고 있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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