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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마이너리티의 자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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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티의 자긍심  

- 김석년 목사 (서초성결교회)
 

지난해 많은 시청자들을 '베토벤 바이러스' 열풍으로 몰아넣은 소위 '마이너리티 인플루엔스(minority influence)' 현상이 시대적 코드로 주목받고 있다. 곧 비주류 소수들이 주류인 다수 의견에 타협하거나 굴복하지 않고 소신 있게 행동함으로써 변화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다. 주류(Majority) 진출이 성공으로 인식되는 세상에서 비주류, 마이너리티는 무언가 부족하고 결핍된 상태, 성공과는 거리가 먼 부류로 인식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이너리티 스토리'가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물론 드라마 역시 종국에는 주류 사회로 진출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암시해 그 한계를 드러내지만 마이너리티의 성공 이야기는 오늘의 어두운 현실을 살아가는 서민들에게 짜릿한 감동과 희망의 여운을 남겨주었다. '왕의 남자'나 '라디오 스타' 등 마이너리티 인물을 소재로 영화계 정상에 올랐던 이준익 감독은 1000만 관객 동원의 소감을 이렇게 밝힌 바 있다. "단 1초도 1000만명이 올 것이라는 기대나 상상을 해본 적이 없다. 나는 마이너리티로 사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존중받는 마이너이고 싶다." 

주류가 아닌 비주류, 플러스 상태가 아닌 마이너스 상태의 인생이 과연 존경받고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일까? 마이너리티의 정체성은 '없는 것의 정체성'이다. 상식적으로 정체성은 남보다 더 가진 것에 근거한다. 부자는 경제적으로 많이 가진 것 때문에, 권력가는 많은 추종자들 때문에, 지식가는 많이 배운 것 때문에 존재감이 드러난다. 반면 '없는 것의 정체성'이란 많이 배우지 못했기에 천부적 소질이 드러나고, 기회가 없었기에 간절한 열망이 있고, 의지할 배경이 없기에 죽기 살기로 전념하는 열정, 그 자체가 삶의 존재방식이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마이너리티의 성공은 뜻밖의 행운과도 같다. 당연히 성공이 보장되리라 기대했던 메이저와 달리 마이너는 실패나 성공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오직 자기의 길을 가고 있느냐가 중요한 관건이다. 

새해를 맞이해 교회 리더들과 우리 교회에 없는 것 때문에 생기는 자긍심을 이야기했다. 더 많은 인원을 동원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사회를 섬기는 교회를 추구하기에 교회 버스가 없다. 예배당 비품이 자꾸 없어진다는 원성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열려 있는 성서적 교회가 되고자 자물쇠가 없다. 목사와 장로의 권위가 서지 않는다는 견해에도 불구하고 하나님 앞에 평등의 진리를 믿기에 강단 의자가 없다. 헌금이 적어진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믿음의 고백이기에 헌금자를 호명하지 않는다. 그 외에도 우리 교회가 교회다운 교회로서의 자긍심을 갖는 것은 '있는 것' 때문이기보다는 '없는 것' 때문임을 고백했다. 

그러고 보면 예수야말로 마이너리티 인플루엔스의 선구자이다. "높아지려면 낮아지라. 자유하려면 종이 되라. 강해지려면 약해지라. 원수를 복수하려면 축복하고 사랑하라." 십자가에 달린 실패자, 현실세계의 철저한 마이너리티였던 그는 영원한 승리자가 되어 인생의 새 지평을 열어 주었다. "우리가 아직 연약할 때에 기약대로 그리스도께서 경건하지 않은 자를 위하여 죽으셨도다"(롬 5:6) 부족하기에 채워지고 연약하기에 은혜가 더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크리스천의 자긍심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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