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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드라마 속 장기기증, 신중하고 현실적 내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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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투데이] 드라마 속 장기기증, 신중하고 현실적 내용으로

의학적으로 잘못된 정보 전달로 환자와 가족에게 상처 주기도 [2009-01-15 06:48]
 
- 이지선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홍보팀장)


요즘 TV 드라마의 새로운 장르가 생겨났다. 바로 ‘막장드라마’. 그야말로 전성시대다. 출생의 비밀과 고부갈등, 재벌 2세, 백혈병 등 극단적인 설정과 진부한 갈등구조를 가진 드라마들을 일컫는 말이다. 비현실적인 설정과 갈등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연일 30-40%대의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욕하면서도 보게 된다는 요즘 인기드라마들 중 눈에 띄는 소재가 있으니 바로 ‘장기기증’이다. 지난 9일 40%가 넘는 시청률 속에 대단원의 막을 내린 KBS 1TV 일일드라마 <너는 내 운명>에는 장기기증이 극중 다양한 소재로 활용됐다. 

드라마에서 고아였던 주인공 새벽(윤아 扮)은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나영(김효서 扮)으로부터 각막을 이식받는다. 나영의 각막을 이식받아 시력을 회복한 새벽은 나영의 집에 입양된다. 어려운 시련이 와도 밝고 꿋꿋하게 잘 이겨낸 새벽은 결국 자기를 사랑해주는 부잣집 아들과 결혼한다. 그러나 드라마는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았다. 새벽은 혹독한 시집살이에 집에서 쫓겨났지만 친딸을 찾아온 돈 많은 친어머니와 시어머니가 동시에 백혈병에 걸린다는 다소 엉뚱한 상황이 전개됐는데, 더욱 황당한 것은 주인공 새벽이 시어머니와 친어머니 모두 골수(조혈모세포)가 일치하고 고민 끝에 시어머니에게 골수를 기증한다는 것이다. 

이 드라마는 처음에 ‘각막이식을 받은 주인공을 앞세워 장기기증의 문제를 밝히고 기증자 가족과 수혜자의 인생이 어떤 식으로 행복하게 변화되어 가는 지를 보여주겠다’는 기획의도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장기기증이라는 극적인 소재를 활용하면서 여러 오류들을 범했다. 잘못된 의학정보를 전달했고, 억지스런 설정과 상황을 통해 장기부전 질환을 앓고 있는 환우와 가족들의 아픔과 고통을 간과해버렸다.

종영을 앞두고 시어머니와 며느리를 어떻게든 극적으로 화해하도록 만들기 위해 ‘장기기증’만큼 좋은 소재는 없었을 것이다. 며느리로 인해 자신의 목숨을 구한 시어머니는 그동안의 잘못을 용서하고 화해를 요청하게 될테니 말이다.

하지만 골수는 실제 형제간에도 조직적합성항원(HLA)이 맞아 기증할 확률이 25% 밖에 되지 않는다. 비혈연간에 일치할 확률은 더욱 희박한 2만5천분의 1이다. 백혈병 환자들은 평생을 기다려도 자신과 맞는 기증자를 만나기 힘들다는 말이다. 그런데 시어머니와 새벽이 그 확률을 깨고 일치하다니, 이것은 시어머니가 로또 1등에 10번 당첨된 것보다 더 황당한 설정이다. 이에 백혈병환우회에서는 백혈병을 가지고 소설을 쓴 것 같다며 비현실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또 극 초반 주인공인 새벽이의 각막이식과 관련한 설정들도 문제가 있다. 시각장애인이었던 주인공이 이식받은 각막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는 모습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새벽이 자신에게 각막을 이식해 준 사람이 누구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현재 장기등이식에관한법률에 보면 범죄수사나 재판 관련 외에는 장기기증자나 이식자 등에 관한 사항은 알려 주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위 규정을 위반했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벌칙조항까지 마련돼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3년 이하의 징역과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감수하고서라도 새벽에게 기증자의 정보를 알려줬을까? 내 가족의 장기가 누구에게 이식됐는지, 또한 나에게 장기를 기증한 사람이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다. 순수한 마음으로 장기를 기증한 고인의 마음을 기리고, 누군지는 모르지만 나에게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준 분에게 감사하며 사는 것이 장기기증의 진정한 의미이기 때문이다. 

또 각막이식을 받은 새벽은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기증인인 나영의 집에 입양되는데, 나영의 죽음이 바로 새벽 때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의사였던 나영이 시각장애인이었던 새벽을 피하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죽게 됐다는 설정은 보는 내내 찜찜한 기분이 들게 만들었다. 당시 시청자 게시판에는 시각장애인 환자 가족들이 “그럼 이제 시각장애인은 밖에 돌아다니지도 말라는 얘기냐?”며 극 설정에 강한 불쾌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드라마에서 ‘장기기증’을 갈등의 해소 장치로 사용하는 것은 주의를 요할 필요가 있다.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하지 않고 극적인 설정을 위해 허황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은 단지 드라마 <너는 내 운명>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장기기증에 대해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영화나 소설, 드라마 등의 미디어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에 반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MBC 드라마 <종합병원>에서도 장기기증을 주요 소재로 삼고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뇌사기증을 다룬 내용에서는 장기기증의 숭고한 의미를 감동적으로 잘 살린 덕분에 드라마가 끝난 후 시청자 게시판에 ‘나도 장기기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는 의견이 눈에 띄게 많이 올라왔다. 

부디 앞으로 미디어에서 장기기증이 단순히 극적인 느낌을 강조하고 감동을 주기 위한 소재로만 다뤄지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인식과 사고를 변화시킬 수 있는 매개체로 사용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시청자 게시판에 ‘장기기증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이것들이 단순히 하나의 의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실천으로 이어져 현실에서도 드라마와 같은 더 많은 감동적인 이야기가 펼쳐질 수 있기를 바란다.

- 출처 : 크리스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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