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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토요 편지] 어미 수달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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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편지] 어미 수달의 사랑  

- 이철환 동화작가 
 

며칠 전에 내린 폭설로 앞산과 뒷산이 하얗게 덮여 있었다. 샛강은 수심이 깊어 피라미, 참마자, 모래무지 등 많은 물고기들이 살고 있었다. 오후가 되자 박 노인은 바로 전날 쳐놓은 그물을 걷기 위해 어린 손자 석구를 데리고 물가로 나갔다. "오늘은 얼마나 잡혔나 보자." 이따금씩 불어오는 초겨울 바람에 수면이 커다란 원을 그리고 있었다. 어린 손자를 배에 태우고 그물을 걷어 올리던 박 노인은 그물에 걸려 묵직하게 따라 올라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물 안에는 어린 수달 한 마리와 어미 수달 한 마리가 걸려 있었다. "아니! 이 녀석들이 왜 여기에 걸려 있어? 석구야, 이 수달 좀 봐라." 박 노인이 뜨악한 얼굴로 어린 손자한테 그물을 들어 보였다. "야, 수달이다…할아버지, 이렇게 가까이에서 수달을 본 건 처음이야." 목을 길게 빼고 수달을 바라보던 석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두 마리 수달 모두가 조금은 지쳐 보였지만 그물에 걸린 지 얼마 안 된 것 같았다. "녀석들, 물고기를 빼먹으려다 그물에 걸렸던 게로구나. 할아버지 생각엔 말이야, 어린 이 녀석이 먼저 걸렸을 거야. 새끼를 구하려다 어미 수달까지 그물에 엉킨 거겠지."

수달이 그물에 걸려 있는 물고기를 빼먹기 위해 그물을 찢어놓은 일은 예전에도 종종 있었지만 어미와 새끼 수달이 함께 걸린 건 처음이었다. 박 노인은 먼저 새끼 수달을 놓아주려고 새끼 수달이 있는 쪽의 그물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바로 옆에 걸려 있던 어미 수달이 그물에 온몸이 엉킨 채 날카로운 앞니로 박 노인을 공격하려고 했다. "가만있어, 이 녀석아. 네 새끼를 해치려는 게 아니니까." 어린 수달이 푸드덕거리며 그물 밖으로 먼저 빠져나갔다. 어미 수달도 뒤따라 그물을 빠져나갔다. 두 마리 수달은 건너편 계곡을 향해 재빠르게 헤엄쳐 갔다. "잘 가라! 얘들아." 차가운 강바람에 볼이 발그스름해진 어린 석구가 수달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박 노인과 석구는 그물에 걸린 물고기들을 양동이에 담아가지고 배를 타고 강가로 나왔다. 미루나무가 늘어선 마을 초입에 들어설 즈음 박 노인의 큰아들이 보였다. 노인의 아들은 집 나간 아내를 찾아보겠다고 서울로 갔다가 며칠 만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지금 오는 게냐? 에미 소식은?" 박 노인의 물음에 큰아들은 말이 없었다. "고생했다. 어여 들어가 쉬거라."

박 노인은 한숨을 쉬며 계곡 쪽을 바라보았다. 박 노인이 바라본 곳은 제 새끼를 데리고 어미 수달이 헤엄쳐 간 곳이었다. 폭설이라도 내릴 듯 회색 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여호와여 나는 가난하고 궁핍하오니 주의 귀를 기울여 내게 응답하소서 내 주 하나님이여 주를 의지하는 종을 구원하소서 주여 내게 은혜를 베푸소서 내가 종일 주께 부르짖나이다" (시 86:1∼3)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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