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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1달러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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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의 조건   
 
- 김석년 목사 (서초성결교회)
 

지난해 겨울 캐나다 피터보로라는 작은 마을에서 목회하고 있는 후배 목사를 방문했다. 피터보로-바울선교교회라는 이름을 줄이지 않고 또박또박 부르는 후배에게 명칭이 좀 길다고 했더니 아름다운 사연 하나를 들려주었다. 원래는 인근 지척에 서로 다른 교단 소속 한인교회가 두 개 있었다고 한다. 보통 이민사회의 커뮤니티가 교회 등 종교 단체를 통해 형성되다 보니 자연 얼마 안 되는 교포사회에 보이지 않는 갈등과 경쟁이 있었던 모양이다. 우여곡절 끝에 두 교회는 하나의 공동체로 존재할 것을 결의하여 피터보로와 바울선교라는 양쪽의 이름을 공유하고 캐나다 교단에 속한 교회건물을 사용하게 되었다. 

감동적인 것은 두 교회의 연합소식을 알게 된 캐나다의 한 교회 재단에서 단돈 1달러에 교회 건물을 흔쾌히 양도해 주었는데 '단, 10년 안에 분열하면 환수한다'는 계약조건이 있었다는 것이다. 10년이라는 기간이 의미심장하지만 어쨌든 엄청난 금액을 호가하는 건물을 '화합'의 이름으로 단돈 1달러에 양도하는 기적 같은 현실이 부러울 따름이다. 두 한인교회가 한 교회를 이룬 것과 함께 캐나다인교회가 보여준 통 큰 사랑은 지역을 넘어 교회연합운동(Ecumenical Movement)에 귀감이 될 만한 일이라 생각된다.

방송법을 비롯한 용산 참사 등 민감한 이슈들이 첨예한 상황에서 개회된 국회의 여야 공방이 만만치 않다. "국회는 19금(禁)"이라는 한 가수의 지적처럼 언제부턴가 '국회'의 수식어로 전쟁 난타 몸싸움 막판 파장 등이 상용되고 있다. 대화와 타협, 평화와 공존의 이념으로 민주주의 실현의 장이 되는 국회 모습을 우리 자녀들이 교과서가 아닌 현실에서도 배울 수 있기를 기대할 뿐이다.

물론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로서 화합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절감하는 우리 사회가 평화 공존의 능력이 선진 대열에 이르지 못한 아쉬움이 없지 않다. 목회자로서 더욱 안타까운 것은 총회, 연회 등 교단이나 교회연합 회의에서의 분열과 다툼이다. 종종 세상법정의 판결에 의해 공정이 가려지는 모습을 볼 때면 가슴이 먹먹해지지만 부끄럽게도 나 역시 훗날에도 회의(懷疑)하지 않는 회의(會議)를 위해 끊임없이 고심하는 한 사람에 불과하다. 과연 어떻게 평화 공존의 능력이 배양되는 것일까?

'NQ로 살아라'의 저자 김무곤씨는 현대사회의 성공척도는 IQ(지능지수)나 EQ(감성지수)보다 NQ(Network Quotient, 공존지수), 곧 새로운 네트워크 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공존의 능력이라고 말하며 예수를 NQ의 원조라고 주장한다. "예수는 잔치를 베풀어 사람들을 대접했다. 그는 가장 좋은 것을 내놓았다. 사람에 대한 진정한 관심을 보였다. 다른 사람을 위해 기도했다. 차별하지 않았다. 칭찬했다." 어디 그뿐인가. 자신의 목숨도 내놓았다. 한 마디로 통 큰 사랑이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보여주듯 이 시대 생존 법칙은 너 죽고 나 살자가 아니라 네가 잘 살아야 나도 잘 사는 법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함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평화와 화합의 공존을 독려하는 통 큰 사랑이 절실한 때이다. 아울러 국회와 교계뿐 아니라 모든 지도자들은 리더의 인격과 능력을 믿고 맡긴 지지자들의 통 큰 사랑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안에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한 환수의 조건이 있음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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