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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엄마가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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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미안해 

- 이철환(동화작가)


강물이 바다로 들어가는 포구에는 모래가 많았다. 도시에 건물을 지으려고 사람들은 포구의 모래를 마구 퍼갔다. 포구의 모래밭에는 쇠제비갈매기들이 살고 있었다. 쇠제비갈매기들은 마구 파헤쳐진 모래 위에 알을 낳아야 했다. 며칠째 쉬지 않고 비가 내렸다. 사람들이 퍼 간 모래 때문에 포구의 모래 바닥이 전보다 낮아졌다는 것을 갈매기들은 알지 못했다. 모래밭에 있던 쇠제비갈매기의 알들이 불어난 물에 잠기고 말았다. 모래밭 한쪽에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새끼 갈매기 세 마리와 어미 갈매기가 살고 있었다. 

새끼 갈매기들은 비를 맞으며 떨고 있었다. 쏟아지는 비 때문에 물이 점점 불어났다. 불어난 물이 새끼 갈매기들의 가슴까지 차올랐다. 새끼 갈매기들은 큰 소리로 울었다. 어미 갈매기는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그때 저 멀리 떠내려가는 나무 널빤지가 보였다. 어미 갈매기는 널빤지가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어미 갈매기는 새끼들이 있는 쪽으로 널빤지를 밀고 싶었다. 

세차게 출렁이는 강물 때문에 널빤지는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온 힘을 다했지만 새끼들이 있는 곳까지는 너무 멀었다. 어미 갈매기는 포기할 수 없었다. 어미 갈매기는 새끼들이 있는 곳까지 힘겹게 널빤지를 밀고 갔다. 찢어진 부리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어미 갈매기는 새끼들을 입으로 물어 한 마리씩 한 마리씩 널빤지 위에 올려 주었다. 새끼들은 젖은 솜털 사이로 빨간 살을 드러내며 울었다. 어미 갈매기는 안전한 곳으로 널빤지를 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출렁이는 강물과 세찬 빗줄기 때문에 어미 갈매기는 점점 힘이 빠졌다. 물가에 다다랐지만, 더 이상 널빤지를 밀 수 없었다. 다치고 지친 어미 갈매기는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 사이 새끼들을 태운 널빤지가 강물에 떠내려가기 시작했다. 새끼들은 엄마를 부르며 울었다. 

떠내려가는 새끼들을 바라보며 어미 갈매기는 날개만 푸드덕거렸다. 어미 갈매기는 날갯짓을 해도 날아오를 수 없었다. 새끼 갈매기 한 마리가 강물에 휩쓸리며 널빤지 위에서 비틀거렸다. 금세라도 강물로 떨어질 것만 같았다. 위험에 처한 새끼를 보자, 어미 갈매기는 죽을힘을 다해 날갯짓을 했다. 어미 갈매기는 가까스로 날아오를 수 있었다. 그 순간, 으르렁거리던 강물이 새끼 갈매기들을 덮쳤다. 널빤지는 순식간에 뒤집어졌고, 새끼 갈매기들은 강물 속으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비가 그쳤다. 사람들이 파헤치고 간 모래밭엔 쇠제비갈매기 어미만 혼자 남겨졌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롬 12:2)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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