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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순절을 맞이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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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을 맞이하면서  

- 김원배 목사 (목포예원교회)
 

세계교회가 지키고 있는 교회력에 따라 이번주 수요일부터 사순절이 시작된다. 사순절은 주일을 제외한 부활절 전 40일간을 말한다. 중세교회는 사순절 기간을 금식기간으로 선포하고 그리스도의 고난과 십자가 진리를 교육하고 계몽하는 기회로 삼았다.

필자가 섬긴 바 있는 독일교회는 '7주 동안 없이(7 Woche ohne)' 운동을 펼친다. 이 기간 동안 세상의 가치에 길들여진 것들로부터 거리를 둠으로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것이다. 예를 들면 자동차 안 타기, TV 안 보기, 금주금연, 초콜릿이나 과자 안 먹기 등의 캠페인을 펼친다. 작은 것을 통한 훈련으로 그리스도를 따르는 순종에 이르기 위함이다.

바울 사도는 예수님의 갈릴리 제자는 아니었지만 다메섹 도상에서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만난 뒤 열정적인 '예수 따름이'의 삶을 살았다. 그는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몸 된 교회를 위해 그의 육체에 채우는 과정으로 이해했다. 그가 말한 남은 고난이란 예수님께서 지신 십자가가 불충분하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과 죽음은 온 인류 구원을 완성한 것이었음을 그가 몰랐을 리 없다.

다만 그는 예수님의 증인으로 부름받아 그를 따라가는 길이 불가피하게 그를 고난의 현실로 내몬다는 사실을 체험한 것뿐이다. 그것은 거의 필연적이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존재로 거듭난 그가 어떻게 낡은 세계와의 불일치를 피할 수 있겠는가! 그가 직면한 불일치의 세계는 한편으로는 예전에 그가 속했던 율법 종교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헬라 로마세계였다. 그러나 이 두 세계와의 갈등에서 비롯된 고통이 그리스도 안에서 획득한 구원의 감격과 기쁨을 가로막지 못한다는 놀라운 체험이 그를 사로잡았다. 그러므로 그는 예수님을 따르는 도정에 있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시대를 초월해 증언하고 있다. "나는 이제 너희를 위하여 받는 괴로움을 기뻐하고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그의 몸 된 교회를 위하여 내 육체에 채우노라"(골 1:24)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존재들로 거듭난 '예수 따름이들'의 정체성은 불가피하게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그들의 육체에 채워가는 자로 부름받은 자들이다. 스테파노 김수환 추기경의 삶과 죽음이 진보 보수, 정파, 종교를 초월해 전 국민을 감동시킨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분을 추모하는 각계각층의 해석들이 있었지만 필자는 무엇보다 그분의 삶이 그리스도의 진정한 따름이로서 세상과의 불일치를 감수하면서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그의 몸 된 교회를 위해 그의 육체에 채워가는 삶이었기 때문이라 이해하고 싶다. 이 길 위에서 그는 예수님처럼 힘과 권력을 가진 자들에 대해 당당했고 가난하고 소외된 민중들에게는 한없이 자애로웠다.

사순절을 맞이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로 부름받은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교회와 세상을 위해 채워가는 삶을 살아가도록 부름받고 있다.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육체에 채워가는 '예수 따름이들'이 넘쳐날 때 이 세상의 흑암이 물러가고 하나님 나라의 서광이 이 땅을 환히 비출 것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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