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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수환 추기경과 사막의 은자 안토니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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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부비만형’ 한국교회가 바라봐야 할 누더기 걸친 사도 
 
- 송태흔 목사(동인교회) 


오늘날 우리들에게 알려진 사막의 은수자(隱修者) 안토니우스(251-356)는 251년경 이집트 중부 헤라클레오 폴리스에 살고 있던 부유하고 신실한 기독교인 부모에게서 태어났다. 그의 나이 20살 되던 해에 양부모가 엄청난 재산을 유산으로 남겨두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게 된다. 청년 안토니우스는 유산으로 받은 막대한 재산 때문에 당시 사회에서 일약 유명한 인사가 되었고, 세상의 수많은 유혹들이 그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신실한 부모 밑에서 20년동안 신앙으로 철저하게 훈련받은 안토니우스는 그에게 남겨진 유산을 세상의 방법으로 허랑방탕하게 사용할 수는 없었다. 날마다 배운대로 오직 기도와 말씀에 따라 악한 사단의 유혹과 공격을 물리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안토니우스는 마태복음 19장 16-30절에 기록된 부자 청년에 대한 설교를 듣고 지금까지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성령의 뜨거운 감동을 받는다. 안토니우스는 그 설교자의 목소리를 하나님의 음성으로 믿고 자신에게 남겨진 유산을 남김없이 팔아 가난한 이웃들에게 모두 나눠준 다음, 외롭고 힘든 은수자의 길을 걷는다. 그는 스스로 세상에서 제일 가난한 자가 돼 하루 한 끼만 먹었고, 배가 고플 때는 맹물을 잔뜩 퍼 마셨으며, 맨땅이나 빈 동굴 무덤에서 거지처럼 웅크리고 잠을 청했다.

주후 312년 콘스탄티누스 로마 황제가 회심하면서, 그동안 박해로 힘들고 어려웠던 기독교회 공동체의 상황은 급변한다. 기독교인들은 이제 더 이상 박해 받는 소수의 무리들이 아니었다. 기독교는 로마 황제의 절대적인 후원을 입고 사회적으로 위상이 매우 높아진 공식적인 국가 종교가 됐다. 수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교회로 밀려들어오기 시작했고, 그 속에는 로마 황제가 믿는 국가 종교 공동체의 일원이 돼서 높은 직위를 얻으려는 가짜 성도들도 섞여 있었다. 세속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해 몰려든 가짜 성도들 때문에 당시 교회 공동체는 갈등과 분쟁과 분노가 끊이지 않았다. 의식 있고 신실한 진짜 기독교인들은 어지러운 교회 공동체를 떠나 산 속에 은둔하면서 순수한 신앙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이때 신실한 성도 안토니우스도 사람들 간에 분쟁이 있는 교회를 떠나 차가운 동굴 무덤 속에 홀로 거처하면서 예수의 참된 제자가 되고자 피나는 노력을 다했다. 그는 타락한 교회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사람들 출입이 거의 없는 황폐한 성에서 20여년동안 외롭게 살기도 했다. 시간이 얼마 지나자 그의 은수자 생활이 세상에 알려졌고, 평소에 그를 존경하던 많은 사람들이 그곳까지 찾아와 성 너머로 음식을 넣어주기도 했다. 안토니우스가 홀로 거처하고 있던 무너진 성 옆에 임시초막을 짓고 거처하는 열혈 성도들도 있었다. 황폐한 성 옆에는 누더기 옷을 걸치고 안토니우스처럼 은수자가 되고자 수많은 성도들이 각지에서 모여들었다. 그는 그곳에서 스스로 모여든 제자들에게 금식과 기도와 자선에 관해 가르쳤다. 이러한 모임이 초기 수도원의 효시가 됐다.

사막의 은수자 안토니우스는 수도원을 이 땅에 설립할 계획이 전혀 없었다. 단지 세상적으로 타락한 교회가 싫었고, 자신의 영성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 금욕 생활과 더불어 경건한 삶을 산 속에서 구가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의 동역자요 친구인 파코미우스가 안토니우스의 깨끗한 신앙정신을 기초로 공식적인 수도원 공동체를 세우게 되었다. 향기 나는 꽃에는 아름다운 나비들과 벌들이 수없이 모여드는 것처럼, 아름다운 은수자 안토니우스가 있는 곳에 신실한 성도들이 벌떼처럼 모여들어 새로운 초기 수도원 공동체를 공식적으로 이뤘던 것이다.

얼마 전 천주교의 큰 별 김수환 추기경이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종교를 초월해 정치·경제·사회 및 문화계 인사들이 대거 모여서 김수환 추기경에 대한 존경과 사랑과 죽음에 대한 아쉬움을 눈물로 전했다. 사회 속에서 무시당하던 연약한 이웃들을 위해 몸과 마음을 다 바친 그의 탁월한 희생정신이 범민족적인 조문행렬과 함께 온 국민을 눈물바다로 만든 것이다. 2천년 전 나사렛 예수가 가르친 복음 정신에 따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과 물질과 지식을 바칠 때, 사람들로부터 깊은 존경과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자신의 유산 모두를 하나님 말씀대로 팔아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자신은 누더기 은수자가 된 안토니우스의 귀한 신앙이 오늘날 한국교회와 성도들에게 긴급하게 요청되고 있다. 하나님 주신 달란트를 연약한 이웃을 위해 전적으로 사용한 ‘21세기형 안토니우스 기독 공동체’를 우리는 만나고 싶다. 나와 우리들만을 위해 이기적으로 살고 있는 복부비만형 한국교회 앞에 3세기의 위대한 은수자 안토니우스가 헤어진 누더기를 몸에 걸치고 나타나 심오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 출처 : 크리스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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