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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딸의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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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편지] 딸의 결혼식  
 
- 이철환 동화작가
 

기영씨는 외동딸 선영의 결혼 문제로 온종일 머리가 아팠다. 딸이 결혼하겠다고 하는 남자가 기영씨 마음에 차지 않았다. 타일러도 보았고 으름장도 놓았지만 딸의 마음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기어코 그 친구와 결혼하겠다면 너는 더 이상 내 딸이 아니다. 아빠도 지쳤으니까 이제 네가 알아서 해라." 
"아빠,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그 사람은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거예요. 부모님 없는 게 그 사람 잘못은 아니잖아요. 가난하고 아픔도 많지만 착한 사람이에요. 허락해 주세요, 아빠…." 
"더 이상 할 말 없다. 네 뜻대로 하겠다면 이제부터 나는 네 아빠 아니다. 결혼식에 갈 이유도 없고."

가슴을 찌르는 말에도 선영은 침착했다. 
"아빠, 저를 한번 생각해 보세요. 엄마 없이 지금껏 자랐지만 아빠가 이렇게 잘 키워주셨잖아요. 엄마 없다고 다른 사람들이 저를 무시하면 아빠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어요." 

선영은 간절한 눈빛으로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기영씨는 목청을 돋우며 말했다.

"그것 때문에 아빠가 더 반대하는 거란 말이야. 선영이 네가 엄마 없이 자랐기 때문에, 네 신랑만이라도 부모 사랑을 듬뿍 받은 사람이기를 바랐다. 그래야 너의 빈곳을 채워줄 수 있을 테니까." 
"그 사람 정도 많은 사람이에요." 
"듣기 싫다. 더 이상 말씨름하고 싶지 않다." 
기영씨는 숨을 몰아쉬며 방을 나가버렸다. 

선영은 그 후로 아버지를 여러 차례 설득했지만 아버지의 마음을 바꿔놓을 수가 없었다. 선영은 결혼 승낙을 받지 못한 채 아픈 마음으로 결혼식을 올려야 했다. 결혼식장은 경기도 변두리에 있는 작은 교회였다. 결혼식 전날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버지가 참석하지 않은 결혼식장에서 선영은 내내 눈물을 흘렸다.

30분도 안 돼 쓸쓸한 결혼식은 끝났다. 하객들에게 인사를 마치고 선영이 승용차에 오르려 할 때였다. 멀리에서 비를 맞으며 일하는 사람이 선영의 눈에 들어왔다. 빗물에 흠뻑 젖은 양복을 입고 일하는 사람은 아버지였다. 선영의 아버지는 삽 가득 흙을 떠서 빗물이 고여 있는 진흙길 위에 뿌리고 있었다. 선영은 우산도 없이 아버지에게 달려갔다. 

"아빠…." 기영씨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아빠, 이렇게 비 맞으면 감기 들잖아요." 
"못된 놈. 감기 걱정하는 놈이 애비 마음을 이렇게 아프게 하냐." 
"죄송해요, 아빠…." 
"저리 비켜라. 손님들 나오기 전에 일 빨리 끝내야 하니까. 결혼 축하해주러 온 것도 고마운데, 손님들 신발을 진흙으로 버리게 해서야 쓰겠냐? 잘 살아야 한다…." 

고개 숙인 아버지 뺨 위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러므로 우리가 여호와를 알자 힘써 여호와를 알자 그의 나타나심은 새벽빛같이 어김없나니 비와 같이, 땅을 적시는 늦은 비와 같이 우리에게 임하시리라 하니라"(호 6:3)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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