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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죽어야 그리스도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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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야 그리스도가 산다  
 
- 김원배 목사(목포예원교회)
 

사순절을 지나며 귓전에 사라지지 않고 끊임없이 들려오는 한 예언자의 외침이 있다. 20세기가 열리는 여명기 독일 남부 경건주의 운동을 이끌었던 크리스토프 블룸하르트 목사는 그리스도인들을 향해서 "죽어라, 그래야 그리스도가 산다!"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교회를 향해서도 "교회가 죽어야 그리스도가 산다"라는 말을 주저하지 않고 했다.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이 십자가에 죄와 욕심을 못 박고 거듭남으로써 그리스도가 통치하는 하나님 나라를 꿈꾸었기 때문이다.

그는 독일제국의 마지막 황제인 빌헬름 2세가 죽어가는 침상에 불려가 기도를 요청받을 만큼 독일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한 몸에 받았던 목회자였다. 당시 독일제국 의회는 노동자 탄압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노동자 탄압법에 따르면 노동을 방해하거나 쟁의에 참여하면 3년 이하의 감옥형에 처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노동자들은 크게 반발하여 곳곳에서 항의집회를 개최했다.

그가 활동하던 남부지역은 독일 산업화의 중심지로 노동자들의 항의 열기가 하늘을 찌르는 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 블룸하르트 목사는 덴츠링겐에서 개최된 노동조합 항의 집회에 참여해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그들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사실이 다음날 거의 모든 신문에 대서특필됐다.

이 입장 표명 때문에 그가 받은 불이익은 컸다. 그가 속했던 뷰템베르크주지역 총회는 정치참여를 했다는 이유로 목사직을 박탈했고 그가 받은 불이익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를 따르는 지지자들도 실망감에 비판의 편지를 보낼 정도였다. 그들에게 보낸 답신에서 그는 "내가 따르는 그리스도께서 2000년 전에 가난하고 연약한 자들을 제자로 삼으시고 하나님 나라 운동을 전개하셨는데 그를 따르는 내가 연약한 자들의 편을 드는 일이 하나님의 일이 아니란 말입니까?"라는 요지의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후 지방의회에 진출해 가난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교육개혁에 참여해 교육평등화에 기여했고 국민복지 향상에 커다란 역할을 감당했다. 무엇보다도 그의 삶과 신앙은 다음 세대에게 전승되어 20세기 신학운동으로 발전되었다. 칼 바르트, 레온하르드 라가츠, 에드워드 투르나이젠, 헤르만 쿠터 등 20세기 유럽 신학의 담론을 주도했던 신학자들이 그의 영향 아래서 성장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의 사후 100주년을 기념하는 세미나에서 필자가 만났던 위르겐 몰트만 교수는 그의 '희망의 신학'의 기본적인 영감은 블룸하르트 목사로부터 받은 것이라는 사실을 주저없이 밝혔다.

그가 설교하고 활동하였던 밧볼 수양관은 독일 남부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경건주의 운동의 역사적 탄생지로 순례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의 삶과 사역은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갈 2:20)는 진정한 예수 따름이 바울 사도의 고백과 일치하고 있다.

'죽어라 그래야 그리스도가 산다!'라는 외침은 어느새 사람이 주인이 되어 점차 그리스도의 통치가 실종됨으로써 경건의 능력을 상실해가고 있는 한국교회가 들어야 할 메시지가 아닐까.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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