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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십자가의 그리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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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그리스도  

- 김원배 목포예원교회목사

 
벌써 종려주일을 바라보는 사순절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 고난의 절기를 맞이해 매년 각 교회들은 많은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특별히 작정 기도와 금식, 기념 공연 등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십자가의 의미를 묵상한다.

필자는 수난 절기가 다가올 때마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를 어느 누구보다도 감동적으로 그려낸 마티아스 그뤼네발트(1480∼1528)의 '십자가상의 그리스도'를 떠올린다. 이 그림은 미술사에 있어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점한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중세로부터 내려오는 평면적인 기독교미술의 장르를 깨뜨리고 표현주의라는 새 장르를 창조한 기원이 되기 때문이다. 이 그림은 프랑스 엘사스 지방 콜마(colma)시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콜마는 미국 뉴욕항의 '자유의 여신상'을 조각한 프레데릭 아우구스트 바르톨티의 생가가 있는 곳으로 많은 예술 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필자도 여러 번 그곳을 방문해 그뤼네발트의 그림을 감상하곤 했다.

콜마의 운테클린텐 미술관 1층의 중심부에 걸려 있는 이 그림은 안토니우스 수도원을 위해 그린 제단화이다. 이 그림 중앙 패널에는 가시관을 쓰고 온몸에 가시가 박힌 예수께서 십자가상에서 절규하는 고통스러운 모습이 묘사돼 있다. 가시에 찔린 머리와 창에 상한 옆구리에서 선혈이 낭자하게 흘러내리고 있다. 십자가 오른쪽에는 두 손을 마주잡고 절규하는 막달라 마리아가 무릎을 꿇고 있다. 그녀 뒤에는 오열하는 어머니 마리아를 붙들고 있는 젊은 제자 요한이 있다. 그림 왼쪽 상단에는 병사들이 담담한 표정으로 창끝에 묻은 핏자국을 닦아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그림의 독창성은 작가의 탁월한 상상력에 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실 때 이미 이 세상에는 생존하지 않았던 세례 요한이 조그마한 십자가를 등에 짊어진 어린 양을 앞세우고 왼손에는 성경을 펴든 채 오른손 검지손가락으로는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을 가리키고 있다. 그림 아래 빈 공간에 "그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요 3:30)라는 말씀이 라틴어로 새겨져 있다.

이 그림이 더욱 사람들의 주목을 끌게 된 것은 20세기 세계 신학을 이끌었던 카를 바르트 교수의 독특한 해석 때문이었다. "교회와 신학은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손가락이 되어야 한다." 바르트는 그의 연구실 책상 전면에 이 그림을 걸어놓고 그의 신학이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창조적인 역할을 충실히 감당하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믿음의 주요, 온전케 하시는 이인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고난과 십자가의 길을 가고 있는 한국교회가 사순절에 심각하게 되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오늘 한국교회와 신학은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창조적인 역할을 충실히 감당하고 있는가? 그렇게 함으로써 이 시대를 구원하는 경건의 능력을 잘 감당하고 있는가? "유대인은 표적을 구하고 헬라인은 지혜를 찾으나 우리는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를 전하니…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능력이요 하나님의 지혜니라"(고전 1:22∼24)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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