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칼럼 [토요 편지] 바보 용배

첨부 1


[토요 편지] 바보 용배  

- 이철환 동화작가
 

교실은 소란스러웠다. 교실 한쪽에 앉아 있던 선생님이 아이들을 타일렀다. "한 시간만 조용히 자습해라. 선생님이 너무 바빠서 그래." 선생님 말에 교실은 잠시 조용해졌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은 다시 떠들기 시작했다. "조용히 하라니까!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니? 선생님이 바쁠 때는 조용히 자습할 줄도 알아야지!" 선생님은 무서운 눈빛으로 아이들을 야단쳤다. 교실 안은 금세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그러나 잠시 후, 여기저기서 쿡쿡 웃음소리가 터졌다. 선생님은 화난 얼굴로 교실 뒤쪽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아이들이 바보라고 놀리는 용배 등 뒤에 누런 종이가 붙어 있었다. 종이에는 '똥빼 바보'라고 쓰여 있었다. "누가 이랬어?" 선생님이 화난 목소리로 물었지만 아이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선생님이 무서운 얼굴로 다시 물었을 때, 개구쟁이 영만이가 슬그머니 손을 들었다.

"영만이, 앞으로 나가서 손들고 있어. 떠드는 아이 있으면 앞으로 불러내고 너는 들어가면 돼." 영만이는 교실 앞으로 나갔다. 영만이는 손을 들고 아이들을 노려보다가 짝꿍과 소곤거리는 남자아이를 불러냈다. 불려나온 아이는 눈을 부라리며 영만이를 노려보았다. 그 아이는 채 1분도 안 돼 떠들지도 않은 용배를 불러냈다. 착한 용배는 아무 말 없이 교실 앞으로 나갔다. 용배가 서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마음 놓고 떠들었다. 발소리를 죽이며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아이도 있었고, 움켜쥔 주먹을 들어 보이며 용배를 겁주는 아이도 있었다. 용배는 떠드는 아이들을 바라보기만 했을 뿐 아이들을 불러내지 않았다.

바윗덩이처럼 무거워진 두 손을 치켜들고 용배는 끙끙 신음소리만 냈다. 용배는 팥죽같이 땀을 흘리며 20분이 넘도록 교실 앞에 서 있었다. "용배, 너 정말 아무도 불러내지 않을 거야?" 선생님은 고통스러워하는 용배가 안쓰러웠다. 용배는 눈물 맺힌 눈으로 선생님을 바라보기만 했다. 용배 이마에 맺혀 있던 땀방울이 교실 바닥으로 방울방울 떨어졌다. 수업 끝나는 종이 울릴 때까지 용배는 아무도 불러내지 않았다. 선생님은 용배에게 다가가 용배를 안아주었다. "용배야. 미안해… 이렇게 착한 용배를 친구들은 왜 바보라고 놀리는지 모르겠구나…." 선생님은 용배 눈가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선생님 눈가에도 눈물이 어른거렸다.

"하나님이여 내 속에 정한 마음을 창조하시고 내 안에 정직한 영을 새롭게 하소서 나를 주 앞에서 쫓아내지 마시며 주의 성령을 내게서 거두지 마소서 주의 구원의 즐거움을 내게 회복시켜 주시고 자원하는 심령을 주사 나를 붙드소서"(시 5:10∼12) 

- 출처 : 국민일보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