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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십자가의 길’ 함께 걷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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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길’ 함께 걷자  
 
- 이동원 목사(지구촌교회 담임목사)
 

수난주간이다. 해마다 이 주간이 되면 성지에서는 실제로 십자가를 지고 '비아 돌로라사(Via Dolorasa)', 그 '슬픔의 길'을 걷는 행진이 재연된다. 기독교 영성의 역사에는 예수님의 마지막 가시는 그 길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중심으로 십자가의 길에 만들어진 14개의 지점(stations)에 잠시 머물며 그분이 가신 그 길의 교훈을 묵상하는 전통이 있다. 14세기 프란체스코 수사들에 의해 만들어진 영성의 전통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이런 처소를 만들고 꼭 이런 처소에서 묵상을 해야 하느냐 하는 게 아니다. 그리스도의 제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이라면 십자가의 길은 옵션이 아니다. 누구든지 나를 따라 오려거든 자신을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고 그는 지금도 우리에게 말씀하고 계신다. 수난주간이나 매주 금요일 프란체스코 수사들이나 성지 순례객 중에는 실제로 나무 십자가를 멘 한 사람을 앞세우고 고난의 길을 걷는 모습을 본다. 

그러나 오늘의 삶을 사는 그리스도의 제자들,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이 십자가의 길을 걷는다는 참된 의미는 도대체 무엇일까? 그 길은 무엇보다 자기 부정의 길이다. 그러나 그 길은 부정을 위한 부정의 길은 아니다. 철저하게 그 길은 긍정을 위한 부정의 길이다. 예수께서는 우리를 살리시기 위해 자신을 죽음의 자리에 두셨고, 우리를 구원하시고자 자신을 포기하신 것이다. 그래서 십자가의 길은 고난의 길이지만 영광의 길이기도 하다. 

예수께서는 이 길로 나아가시기 전 마지막 만찬을 제자들과 함께 나누면서 성찬의 떡을 떼어주셨다. 그리고 이것은 너희를 위하는 나의 몸이라고 하셨다. 떡(빵)은 깨어져야만 비로소 나눌 수가 있는 것이다. 주님은 자신을 우리에게 나누어 주시기 위해 스스로를 깨뜨리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십자가 사건인 것이다. 십자가의 길-그 길은 나누기 위해 깨어지고자 가는 길이다. 그래서 슬프지만 영광의 길인 것이다. 

오늘의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받는 비난의 정체는 바로 우리가 깨어지기를 거부하고 살아가는 냄새를 세상이 맡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빵 한 덩이를 나누는 일에서부터 자신을 죽음의 자리에 두는 십자가 영성의 훈련은 시작된다. 그렇다. 이 수난주간에 그대로 지나칠 수 없는, 사랑해야 할 이웃들을 위해 우리 몫의 빵 한 덩이를 깨뜨려 보자. 그것이 바로 십자가의 길을 걷는 훈련의 시작임을 헤아리면서 말이다. 예수의 제자들이여, 십자가의 길을 함께 걷자.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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