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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노 사인은 더 확실한 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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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사인은 더 확실한 사인  
 
- 김석년 목사(서초성결교회)
 

북한의 로켓 발사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오르고 환율이 하락하는 등 경기 회복 조짐에 모두들 반색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 급등과 폭락을 거듭하는 경제지표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해보인다. 호재와 악재를 운운하며 전문가들의 분석과 진단, 전망이 줄을 잇고 있지만 그 무엇도 명확한 사인(sign)을 주기엔 역부족인 듯싶다. 

사실 무슨 일을 하든지 예견과 예시, 예보 등 일의 향방을 가늠하는 징조와 사인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미리 아는 것에 대한 요구가 지나칠 경우 인간의 자유를 제한하고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도 간과할 수 없다. 그렇다면 과연 불안정한 시대 속에서 어떤 표적이 우리의 인생을 안정되게 하고 평안한 미래를 맞이하게 하는 것일까?

지난해 초 캐나다 토론토를 방문했을 때 퍽 인상 깊은 일이 있었다. 다름 아닌 교통질서이다. 골목골목 교차 지점마다 세워진 멈춤 사인 앞에서 보행자가 있든 없든 어김없이 차들이 정차해 좌우를 살피고 어느 방향에서든지 먼저 정차한 차들이 선행했다. 이뿐만 아니라 교통신호등이 고장 난 대로변 교차로에서의 일사불란함은 신기할 정도였다. 경찰이 나와 수신호를 하는 것도 아닌데 골목길에서와 마찬가지로 동서남북 어디서건 먼저 와 정차한 차들의 순서대로 누구하나 끼어듦 없이 질서 있게 진행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교통 혼잡의 명소인 서울 서초동에 살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기이한 풍경이었다. "목사님, 이곳에서는 노 사인(No Sign)이 더 확실한 사인입니다. 도시 전체가 하루 동안 정전된 적이 있었는데 교통 혼잡 우려는 전혀 없었습니다. 사인이 없을 땐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사람들이 분명히 알고 있거든요." 길을 안내해준 제자의 말이다.

성경에 보면 유대 종교 지도자들이 예수께 하늘에서 오는 표적을 요구하는 장면이 있다. 이에 예수는 "너희가 저녁에 하늘이 붉으면 날이 좋겠다 하고 아침에 하늘이 붉고 흐리면 오늘은 날이 궂겠다 하니 너희가 날씨는 분별할 줄 알면서 시대의 표적은 분별할 수 없느냐 악하고 음란한 세대가 표적을 구하나 요나의 표적 밖에는 보여 줄 표적이 없다"(마 16:2∼4)며 그들을 떠나가셨다. 예수의 사인은 한마디로 '노 사인'이다. 죽음의 사인이요, 침묵의 사인이요, 캄캄한 사인이다.

요나가 물고기 뱃속에서 3일 동안 있었듯 예수께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삶의 등불이 꺼진 무덤 속에 있게 된다는 표적이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부활의 사인이요 새로운 삶, 영생의 사인이지만 문제는 노사인일 때에 어떻게 사느냐이다. 천기의 징조를 통해 날씨를 분별하고 내일을 준비하듯 암울한 현실의 '노 사인'을 통해 오늘 우리의 행동을 결정짓는 분명한 사실들이 있다. 

경제가 지속적으로 어렵다면 가난한 이들은 더 고통 받고 힘들 것이라는 확실한 사인이다. 힘없고 약한 자들은 더욱 서럽고 소외감을 느낄 것이라는 자명한 사인이다. 그것은 분명 힘들수록 어려운 자를 생각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배려와 섬김의 질서를 지키라는 더 확실한 사인인 것이다. 모르는 미래를 점치려고 우왕좌왕하기보다는 '노 사인'이 주는 더 확실한 사인을 보고 정전과 암흑의 시대에도 흔들리지 않는 성숙한 인생, 성숙한 사회, 그것이 바로 예수 부활, 빈 무덤의 표적을 본 그리스도인이 살아가야 할 삶의 지표인 것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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