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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향기보다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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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보다 냄새   
 
- 김석년 목사(서초성결교회)
 

아기 엄마가 된 청년을 만나 이제 제법 엄마 냄새가 난다고 했더니 냄새라는 표현이 재미있다며 웃는다. 냄새라는 단어가 좀 품위 없었나 싶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엄마에겐 향기보다 냄새가 어울린다. 설거지 하다 만 손으로 쓱쓱 아이의 코를 닦아주는 정겨운 냄새, 하얗게 삶은 빨래를 탁탁 털어 너는 상쾌한 냄새, 된장찌개 냄비를 열어놓고 가지런히 두부를 썰어 담는 구수한 냄새, 김치 버무려 간 좀 보라며 입에 꾸역꾸역 넣어주는 손맛 냄새…. 아무리 맡아봐도 향기가 아니라 냄새다.

향기와 냄새의 정확한 차이는 잘 모르겠지만 향기가 아름다움, 고상함, 은은함을 전제로 하고 있다면 냄새는 쓰고 달고, 맵고 시고, 좋고 나쁜, 보다 광범위하고 자연적인 기운을 포함한다. 그런데 어떤 향인가에 상관없이 냄새에 애정이 담기면 고유한 향기가 된다. 외국생활 중에 맡는 시큼한 김치 냄새는 주위의 시선도 어쩔 수 없는 고향의 향기다. 시골길 외양간의 거름 냄새는 어릴 적 추억의 향기다. 수술 환자의 방귀 냄새는 회복을 알리는 고마운 향기가 아니던가. 결국 냄새가 향기로 정의되는 과정에는 맡는 이의 전인적인 기억과 경험이 작용하는 것이다.

성경은 믿는 성도들을 그리스도의 향기라고 소개한다(고후 2:15). 이 향기는 예수께서 죄인을 대신해 희생 제물로 드려진 향기요, 거슬러 올라가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께 바쳐서 태운 제물의 향기이다. 솔직히 가축과 곡식을 태우는 냄새 자체가 어찌 향기롭다고 하겠는가. 하나님이 맡으시는 냄새는 드리는 정성, 순종, 믿음, 자기를 내려놓는 헌신의 향기이다. 그러고 보면 그리스도인이 추구하는 것이 너무 고상한 향기이다 보니 제대로 발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다.

예수의 냄새는 기도하며 뚝뚝 흘리는 피땀의 냄새였다. 예수의 냄새는 상처받은 이들을 위해 흘리는 눈물의 짭짤한 냄새였다. 예수의 냄새는 십자가에 못 박혀 찢긴 살에서 줄줄 흐르는 비릿한 피 냄새였다. 그 냄새가 하나님께 올려진 향기로운 제물의 향기요, 죄인을 구원한 생명의 향기요, 세상을 감동시킨 사랑의 향기가 된 것이다. 이 예수의 향기를 잃고 인위적인 향수를 뿌려 그리스도인인 척하는 자들을 향해 냄새 맡는 이들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하늘에 계신 이라고 하지 말라. 세상일에만 빠져 있으면서. 우리라고 하지 말라. 너 혼자만 생각하고 살아가면서. 아버지라고 하지 말라. 아들딸로 살지 않으면서.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라고 하지 말라. 자기 이름을 빛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아버지의 나라가 임하라고 하지 말라. 물질만능의 나라를 원하면서. 아버지의 뜻을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라고 하지 말라. 내 뜻대로 되기를 기도하면서.

오늘 일용할 양식을 달라고 하지 말라. 가난한 이들을 본체만체하면서.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달라고 하지 말라. 누구에겐가 앙심을 품고 있으면서. 우리를 시험에 들게 말라고 하지 말라. 죄 지을 기회를 찾아다니면서. 다만 악에서 구해 달라고 하지 말라. 악을 보고도 양심의 소리를 듣지 않으면서. 아멘 하지 말라. 주님의 기도를 진정 나의 기도로 드리지 않으면서.

너는 그리스도의 향기라! 제자들의 발 냄새를 마다하지 않고 발가락 구석구석까지 씻어주셨던 예수의 손길, 그 사랑의 향기가 그립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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