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골프와 성경] 승리 다음 뜻밖의 패배

승리 다음 뜻밖의 패배  

- 김덕상(한국시각장애인선교회 회장)
 

연재를 시작하면서

오래 전 골프 칼럼을 쓰기 시작하며 어떻게 해야 더 가치 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네 이웃을 사랑하라’라는 말씀이 떠올랐고, 신사 스포츠인 골프 정신에 딱 맞는 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인류 역사상 가장 숭고한 예수님의 사랑을 느끼고 싶어 성경공부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자연스레 교회에 출석하고 주님을 영접하게 되었다. 그 후 노인들과 시각장애인들에게 자원봉사자로 골프를 지도하였는데 그런 인연으로 최근에 사단법인 한국시각장애인선교회의 회장으로 부름을 받았으니, 나에게는 골프가 구원의 선물이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연재를 시작하면서 다른 매체에서 많은 칼럼을 쓰면서 맛보지 못한 느낌이 든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인터넷 홈페이지에 ‘골프와 성경’이라는 주제로 글을 쓴다는 것은 매우 가슴 떨리는 일이다. 그러나 성경에 365번이나 나온다는 ‘두려워 말라’는 말씀 하나 붙들고 시작하려고 한다.

(1) 승리 다음 뜻밖의 패배 

[미션라이프 칼럼] 미국 프로야구에서 신인투수상을 받은 선수는 대부분 다음 해에 슬럼프에 빠져서 고생을 한다. 수상을 한 선수 본인은 대체로 교만해져서 방심을 하고, 상대 팀은 그의 투구를 더욱 연구해 공략 방법을 터득하기 때문이다. 골프도 마찬가지다. 신인왕들이 2년차에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것이나, 아마추어 골퍼의 경우 오랜만에 버디를 잡은 후 바로 그 다음 홀에서 엄청나게 값비싼 버디 값을 치르는 경우를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본다. 

미국프로골프협회(PGA)나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경기에서 코스레코드의 좋은 기록을 냈던 선수가 바로 다음날 형편없는 점수를 내는 것도 쉽게 볼 수 있다. 승리 바로 뒤에 이은 어처구니없는 뜻밖의 패배라고 할까. 아마추어 골퍼가 라이프베스트를 기록한 바로 그 다음 라운드에 엄청나게 많은 스코어를 내고 절망하는 경우 역시 드문 일은 아니다. 한국 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에서는 공식 경기 첫날 62타, 둘째날에 82타를 친 기록도 있다.

나의 경우도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는데, 동호회 싱글 핸디캐퍼 4명이 경기를 한 날이었다. 안양 베네스트 4번 파3홀. 거리는 160야드에 불과하지만, 그린은 좌우로 3단이며 무지하게 경사가 어렵고, 핀은 바로 물가에 꽂혀 있었다. 타이거 우즈라도 도저히 핀을 보고 샷을 할 입장이 아니었다. 나는 왼쪽의 그린 주변 안전 지대로 샷을 하였고, 그 곳에서 3단 그린의 경사를 타고, 약 25야드를 가는 칩샷을 했는데, 내 생애 최고의 멋진 칩샷이 되어 버디를 잡았다. 그러나 바로 그 다음 5번 350야드 거리밖에 되지 않는 쉬운 도그레그 파4홀. 어깨가 으쓱하여 교만에 가득 찬 나는 무언가 보여준다는 마음에 들떠 힘차게 티샷을 휘둘렀고, 그것은 터무니없는 생크(Shank)로 오른쪽 숲속으로 날아가 OB(Out of Bound)행이 되었다. 생애 최고의 칩샷 성공, 바로 그 다음에 가장 우둔한 티샷 실수가 이어진 것이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안다면 백전백승을 한다지만, 사실 무서운 적은 내부에 있는 교만인 것이다. 수많은 전쟁에서 막강한 군대를 가지고도 숫자가 적은 적군에게 어이없이 패전을 당한 기록들은 세계 역사에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대개의 경우 자신을 과신한 교만으로부터 허점이 생기고 허물어지는 것이다. 

성경에서도 이런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여호수아 7장을 보면, 난공불락의 여리고 성을 쉽게 무너뜨린 이스라엘 군이 전쟁의 승리에 도취돼 60만 군대 중 3000명만 아이성 공략에 투입했다가 아주 형편없이 패전을 당한 기록이 있다. 만약 상대를 얕보지 않고 군대를 완전히 가동하여 최선을 다했다면 과연 실패했을까? 

승리 후에 일어나는 뜻밖의 패배. 이것은 우리 주변에 아주 흔한 현상이다. 호랑이가 토끼 한 마리를 잡을 때에도 혼신의 힘을 다 하듯이 전쟁이건 골프건 항상 겸손한 마음으로 철저한 준비와 전략을 갖춰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