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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나는 거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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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기 없었다  

- 김석년 목사(서초성결교회)
 

친구의 권유로 본 다큐멘터리 한 편이 오랜 여운을 남긴다. 한 배우의 연기 인생을 조명한 내용이었는데 배우 개인보다는 그가 맡은 역할이 돋보인다는 의미에서 '(그는) 거기 없었다'라는 제목이 붙여졌다. 소위 드라마가 뜨면 주인공이 스타가 되는 신드롬에 반해 이 배우의 경우 자신보다는 맡은 캐릭터의 신드롬을 일으키곤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제 이름이 아니라 캐릭터만 쭉 올라오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저 작품을 했던 사람이 이 작품을 했다는 게 의심 갈 정도로 캐릭터의 차별화가 확실했으면 해요. 사람들이 제 이름을 제대로 모르고 못 알아봐도 제가 배우의 길을 제대로 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하죠. 저는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아무리 스타라는 딱지를 갖다 줘도 저는 그거 거절하려고 그랬어요. 저는 그냥 배우로 불리고 싶었고 배우들 사이에서도 '저놈은 정말 연기 잘하는 놈' 이렇게 인정받고 싶은 게 꿈이었어요." 

언젠가 그의 연기대상 수상 소감을 기사로 읽고 믿음 있는 사람이구나 싶어 눈여겨봤던 기억이 있다. "저에게 연기할 수 있는 달란트를 주시고 그걸 충분히 채워주지 않으셔서 항상 노력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는 배우로서 관객에게 줄 수 있는 최상의 선물인 리얼리티, 진실성과 현실성을 전달하기 위해 혹독한 훈련과 연습은 물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세심한 부분까지 연구하고 준비하는 자세를 잃지 않았다. 단순히 대본을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역할에 완전히 동화되어 연기가 아닌 배역의 삶을 사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감동과 더불어 성찰의 아픔이 밀려왔다. 

"그(예수)는 흥하여야 하겠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요 3:30)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갈 2:20) 

그리스도인은 예수를 닮은 자, 예수의 삶을 사는 자이다. 인생 무대의 제작자요 연출가인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역할은 바로 그리스도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살아계신 그리스도를 보게 하고, 만나게 하고, 믿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맡은 역할보다 내가 돋보이고 스타가 되면 배역의 리얼리티는 떨어진다. 비록 나의 이름은 알려지지 않고 모습은 알아보지 못해도 예수의 이름이 드러나고 주를 따르는 이들이 많아진다면 나는 그럴 듯하게 연기하는 자가 아니라 그의 삶을 사는 자가 되는 것이다. 

세상은 그리스도인의 연기가 아니라 진정 어린 삶에 감동한다. 설교자로서 명설교가의 칭송이 아닌 듣는 자마다 예수를 기억하게 되는 설교, 찬양자로서 명가수의 칭송이 아닌 예수를 생각하게 되는 찬양, 봉사자로서 예수의 모습만 남게 하는 봉사가 된다면 믿는 성도들 안에서도 이런 말을 듣게 될지 모른다. "저놈은 정말 예수 닮은 놈, 예수의 삶을 사는 놈!" 더 나아가 하나님께로부터 '예수의 역할에 가장 잘 맞는 배우, 예수의 삶은 바로 너를 위한 배역'이라는 칭찬을 기대하는 건 너무 현실성 없는 꿈일까? "나는 없다. 그러나 예수는 있다." 그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을 사는 진정한 리얼리티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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