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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토요 편지] 아이의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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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편지] 아이의 발자국  

- 이철환 동화작가
 

며칠 전, 봄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한 할머니가 전동차 안에서 초콜릿을 팔고 있었다. 비에 젖은 할머니 몸에서 퀴퀴한 냄새가 풍겼다. 할머니의 주름진 손바닥 위에 초콜릿 몇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숫기 없는 할머니는 사람들과 말없이 시선을 맞추고 있었다. 내 앞에 앉아 있던 어린아이가 엄마에게 초콜릿을 사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엄마, 초콜릿 사줘." "이따가 엄마가 집 앞에 가서 사 줄게." "싫어, 지금 빨리 사줘!" 아이는 막무가내였다. "보채지 마. 엄마가 이따가 사준다니까…." "싫어, 빨리 사줘, 초콜릿 먹고 싶단 말이야…." "너 자꾸 이러면 안 사준다." 엄마는 혼내듯 아이에게 말했다. 아이는 입을 실룩거리더니 울음을 터트렸다. 아이의 울음소리는 점점 커졌다. "알았어, 알았어, 초콜릿 사줄 테니까 어서 뚝 해, 어서!"

아이 엄마가 난감한 낯빛으로 우는 아이를 달랬다. 잠시 후, 아이가 울음을 그쳤다. "할머니, 초콜릿 하나만 주세요. 얼마예요?" "네, 천원입니다." 할머니는 머리를 조아리며 아이 엄마 앞에 섰다. 샐쭉한 표정을 짓고 있던 아이 엄마가 할머니에게 돈을 건넸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할머니는 아이 엄마에게 거듭거듭 고맙다고 말했다. 아이 엄마는 전동차 시트 위에 초콜릿을 몇 번이고 문질러 닦았다. 할머니가 건네준 초콜릿이 불결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아이는 초콜릿을 먹으며 해죽해죽 웃었다. 잠시 후, 아이 엄마는 전동차 시트 위로 아이를 번쩍 들어 올리더니 아이를 등에 업었다. 출입문이 열리자 그들은 나가버렸다. 아이를 올려놓았던 전동차 시트 위에 빗물 젖은 아이의 발자국이 흉하게 찍혀 있었다. 잠시 후, 초콜릿을 팔던 할머니가 그곳으로 다가왔다. "아이고 이런! 사람이 앉을 자린데 옷을 다 버리겠네, 다 버리겠어…." 할머니는 시트 위에 흉물스럽게 찍혀 있던 아이의 발자국을 아무렇지도 않게 손으로 닦아내고 있었다.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사람이 물과 성령으로 나지 아니하면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느니라 육으로 난 것은 육이요 영으로 난 것은 영이니 내가 네게 거듭나야 하겠다 하는 말을 놀랍게 여기지 말라 바람이 임의로 불매 네가 그 소리는 들어도 어디서 오며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나니 성령으로 난 사람도 다 그러하니라"(요 3:5∼8)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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