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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경제학, 성경에 길을 묻다] 초고층 빌딩들 흉물로 변할 땐 어찌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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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길을 묻다] 초고층 빌딩들 흉물로 변할 땐 어찌할 것인가  
  
- 권명중 교수(연세대 경제학과)
 

아프리카의 성자로 알려진 알버트 슈바이처가 파이프오르간 제작에 관한 세계적인 전문가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는 1906년 출간된 '독일 및 프랑스의 파이프오르간 제작법과 연주법'이라는 저서에서 현대 파이프오르간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현대 파이프오르간은 파이프에 바람을 불어넣는 송풍관을 첨단 기술로 개량함으로써 더 많은 음색을 넣고 힘찬 소리를 내는데는 성공했지만, 부드럽고 풍만한 소리를 내는 옛 오르간의 아름다운 음질을 없애버렸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소비자는 파이프오르간의 음질은 따지지 않고 현대적인 장치와 가격이 30%나 싼 현대 파이프오르간을 선호했다. 그 결과 옛날 파이프오르간 제작은 그 명맥이 끊겼고 옛 오르간의 음질로써만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바흐의 작품이나 교회음악은 더 이상 감상할 수 없게 되었다.

파이프오르간 제작에서 경험했던 실수가 건축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서울 한강변을 따라 잠실, 용산, 상암동, 인천 송도에 높이가 400m 이상 되는 100층 이상 초고층 빌딩 건축이 진행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계획 중인 초고층 빌딩이 13개나 된다고 한다. 초고층 빌딩을 지을 수 있는 것은 이 건축이 가져오는 편익이 비용보다 많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그런데 그 계산에 건축과 관련된 사회적 비용이 충분히 고려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일반적으로 철근조 건축의 수명은 100년, 목조 건축의 수명은 200년, 석조 건축의 수명은 1000년이라고 한다. 따라서 초고층 빌딩을 계획할 때 적어도 100년 앞을 내다보는 식견이 있어야 한다. 수십년 후 경제적 활력이 예전과 같지 못해 미국의 디트로이트나 영국의 리버풀과 같이 도시에 텅 빈 건물이 흉물스럽게 남는 경우를 생각해봤을까. 고르게 박힌 이 사이에 불쑥 튀어나온 덧니처럼 한강변을 따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건물들을 100년 동안 봐야 하는 시민들의 고통을 생각해봤을까. 수도로서 600년 역사를 가진 도시에 천박스러운 '과시욕'을 상징하는 건물들을 전봇대 세우듯 박아놓은 것이 미학적으로 옳은 일일까. 건물이 꼭 초고층이 되어야 할까. 

성경을 보면 인간이 하늘에 닿을 바벨탑을 건축하는 데 하나님이 사람을 흩음으로 그 건축을 중단하게 하는 장면이 나온다(창 11). 이 바벨탑 이야기에는 양적인 거대함이 가져올 수 있는 횡포와 위험에 대한 경고가 함축되어 있다. 사람들이 현대 파이프오르간이 제공하는 '음색의 수'와 '소리의 웅장함'에 현혹되어 파이프오르간의 본질인 음질을 포기했던 것처럼, 초고층 빌딩이 가져오는 단기적 이익 때문에 공동체의 미적, 정신적 가치를 훼손하는 실수를 범할 수 있다. 슈바이처의 '큰 오르간보다는 훌륭한 오르간을 선택하라'는 충고를 귀담아 들어볼 일이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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