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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살자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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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자 사이트  
 
- 김석년 목사(서초성결교회)
 

경기도 포천의 한 식물원에서 열리는 고산식물전에 다녀왔다. 한라산과 백두산을 비롯해 알프스, 히말라야, 로키산맥에서 자라는 고산식물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광경이었다. 평소 알고 지내는 지인이 몇 차례 동행을 권했지만 바쁜 일과로 차일피일 미루다가 몸과 맘의 쉼이 절실해 작정을 하고 따라나섰다. 솔직히 한 개인의 꿈으로 가꿔진 곳이라기에 규모가 큰 정원쯤 되려니 싶었는데 막상 가서 수천수만 형형색색의 식물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니 미안함이 몰려온다.

헤아릴 수 없는 수고와 땀과 헌신으로 이들을 심고 가꾸었을 정성을 생각하니 사람을 돌보고 가꾸는 목양을 하면서 그만큼 심혈을 쏟아 정성을 다하지 못함이 미안하다. 수많은 식물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특징을 소개하는 안내자의 말을 들으니 낯익은 얼굴에도 이름이 가물거리는 성도들, 그들의 사정을 알지 못하는 무식함이 미안하다. 고산지대의 추위와 강한 바람을 견디기 위해 몸을 낮추고 작은 키로 자라면서도 제 몸의 10배, 20배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린 고산식물들을 보니 별것 아닌 것 가지고도 우쭐해 교만을 떨다가도 작은 일에 풀이 죽고 낙심하는 모습이 미안하기 짝이 없다.

식물원에는 식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조성한 습지와 호수, 암석지대 등에 곤충과 새들이 날아들고, 개구리 뱀 토끼 노루 청설모 다람쥐 너구리 등 각종 동물들이 찾아와 보금자리를 삼았다. 수목원 이름대로 평안한 마음, 건강한 몸으로 모든 생명체가 어우러져 사는 삶으로의 초대, 곧 생명의 사이트(site)다. 긴장과 분주함에 누적된 피로가 어느새 사라지고 생명의 기운에 흠뻑 젖어 절로 시상을 읊조리게 된다. 고산 절벽 풀 한 포기에도 아름다운 꽃잎과 향기를 주신 창조주의 손길, 오늘의 생명 선물로 주시고 살 이유가 있다고 말씀하시니 이 어찌 감격하지 않겠는가!

'자살 사이트를 이용한 동반 자살' 사건이 연속적으로 발생해 사회적 충격과 혼란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생명 사이트에서의 경험은 크리스천의 사명을 일깨우는 도전으로 다가온다. 예수는 초청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리라"(마 11:28)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요 11:25∼26) 그러나 세상은 유혹한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오라 나와 함께 죽자."

교회는 역사상 가장 큰 나무, 위대한 나무, 영원한 생명의 나무, 바로 예수 십자가라는 나무로 가득한 영혼의 숲이다. 어떤 모습, 어떤 사연을 가진 이라도 이 숲에 들어오면 평안과 강건, 참된 쉼과 안식을 누리는 생명 사이트인 것이다. 이 생명 사이트를 먼저 경험한 크리스천들은 숲을 잘 보존해 누구나 와서 그 혜택을 누리도록 가꿔야 할 책임이 있다. 사랑의 습지와 호수에서 메마른 목을 축이고 믿음의 암석지대에 지친 몸을 기대도록 숲을 가꿔야 한다. 함께 죽기를 권하는 '자살 사이트'의 유혹에 맞서 더불어 건강하게 살기를 권하는 '살자 사이트'로 초청해야 하는 것이다. 죽음의 사이트가 횡행하는 요즘, 생명 사이트를 잘 가꾸지 못하는 교회에 대한 하늘의 경종은 아닌지 두려움이 앞선다. 

 -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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