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칼럼 박연차 게이트와 윤리적 기초

첨부 1


박연차 게이트와 윤리적 기초  

- 민문홍 (서강대 대우교수,국제비교사회문화정책연구소장)
 

지난 3월 중순부터 시작된 박연차씨의 정계 로비사건은 두달째 한국사회를 커다란 충격 속에 몰아넣고 있다. 이 사건은 한국사회가 지난 30년간 근대화 과정에서 간직해온 몇 가지 핵심적인 문제를 응축해서 상징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우선 이 사건은 2009년 현재 선진국을 지향하는 한국사회가 크게 부패돼 있으며, 사회지도층의 도덕적 해이가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한국인들의 삶의 궁극적 목표가 보람있는 삶에 대한 추구보다 돈과 권력이라는 수단적 가치에 지나치게 쏠려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나타낸다. 특히 이 과정에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한국사회가 지도층의 솔선수범과 공익을 위해 사익을 접는 선진국의 공동체주의 대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과 권력을 추구하는 위험한 자본주의 체제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사회의 사회지도층과 일반 시민들은 입으로는 선진국식의 사회규범과 가치관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자기가 속한 패밀리 집단에 대해 또 다른 도덕적 기준을 적용하는 다중인격적 증후군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박연차 게이트가 국민들에게 더 충격적으로 느껴진 이유는 도덕정치를 앞세운 노무현 정부의 성격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과 그 정파는 한국의 정당발달 사상 가장 도덕적이고 청렴한 정치를 주장해 왔으며, 그러한 정치를 위해 온갖 기득권 세력과 싸우는 모습을 보여 주었는데 이번 사건을 통해 그들 역시 정경유착에 의한 타락한 정치를 해 왔다는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 모습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박연차 게이트는 21세기 이 시점에서 한국사회의 선진화와 바람직한 시민사회 건설을 위해 우리가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에 대해 몇 가지 소중한 교훈을 준다. 우선 한국사회는 이를 계기로 신뢰받는 한국의 시민공동체 건설을 위해 사회지도층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뼈아픈 반성을 해야 한다. 근대 이후 인류 역사를 돌이켜볼 때, 특정 사회가 혼란에 빠졌을 때, 사회를 혁명으로 바꾸지 않고 개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회지도층의 모범적 역할과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의 실천이다.

이번 사건을 보며 우리가 현 정부를 걱정하는 이유는 각료들 중에 그리스도인이 많고 새 정부 출범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청와대의 여러 인사들이 벌써 이 비리사건에 연루돼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은 새 정부에 희망을 걸고 성공을 갈망하는 국민들을 크게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점을 경계하여 도덕적 결함을 지적받고 있는 일부 측근 인사들과 그들이 만든 인의 장막이 국정 운영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폭넓은 인사혁신과 근무기강 확립을 통해 국가의 윤리적 기강을 다시 세우는 데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국민의 29%를 차지하는 그리스도인들(개신교+가톨릭)은 이렇게 부패하고 변질해 가는 한국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다시 한 번 차분한 반성을 해야 한다. 동시에 예수님의 십자가 정신을 본받아 각자가 맡은 영역, 즉 가정 학교 기업 교회 시민단체 등에서 부패의 고리를 끊고 공정한 사회적 규칙들을 세우는 데 최선을 다하는 작은 밀알들이 돼야 할 것이다. 

우리의 이러한 작은 실천들이 함께 모일 때 우리는 21세기 한국사회가 필요로 하는 정신적·영적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소중한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 출처 : 국민일보

이런 글도 찾아보세요!

공유

facebooktwitterpinterestbandkakao story
퍼머링크

댓글 0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 하시겠습니까?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